“재래식 군사력 크게 저하…WMD 확산은 위협적”
도널드 럼스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27일(현지 시각) “나는 솔직히 북한을 한국에 대한 당면한 군사적 위협으로 보지 않는다”며,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을 한국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럼스펠드 장관은 이날 세르게이 이바노프 러시아 국방장관과 미-러 국방장관 회담을 열기 전에 알래스카의 미군기지인 포트 그릴리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미 국방 책임자의 이런 발언은 북한의 침공위협을 거론하며 한국의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에 반대하는 한국의 일부 보수진영의 태도와는 사뭇 다른 시각이다.
그는 북한 조종사들의 연간 비행시간이 미군 조종사의 4분의 1 수준인 50시간 미만이라는 점 등을 언급하며,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은 경제붕괴에 따라 크게 저하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대신 그는 “가까운 장래에 북한의 진정한 위협은 한국에 대한 위협보다는 탄도미사일과 다른 위험스러운 기술 등 대량살상무기(WMD) 확산에 따른 위협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한국의 주요 인사들과 접촉한 미군 고위 관계자들도 북한군의 전투력 수준이 크게 떨어져 있다는 주장을 적극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열린우리당의 한 중진의원은 미 육군성과 국방부 관계자들에게 들었다며, “유사시를 대비해 북한이 비축하고 있는 유류는 거의 바닥 수준”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한반도 전면전 발발 때 외부에서 기름이 유입되지 않는다면 현 상태로는 북한의 모든 항공기가 24시간을 버틸 수 없고, 함정도 5일 이내에 멈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관계자들은 사실상 북한의 전체 전투장비의 3분의 1 가량을 쓸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이 의원은 전했다.
앞서 윤광웅 국방부 장관도 지난 4월24일 북한군의 유류 부족에 따른 훈련량 부족을 거론하며, “북한군의 장비유지 태세가 대단히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aip20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