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거주지역 옛 모습 되찾아
주먹구구식 복구…“임시 수리”
연줄동원 수의계약 물의빚기도
주먹구구식 복구…“임시 수리”
연줄동원 수의계약 물의빚기도
1년 전인 지난해 8월29일 미국 멕시코만 일대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미국 사회의 치부인 빈부격차와 인종차별 문제를 전면에 부각시켰다.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복구 과정에서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지적했다.
복구도 흑백, 빈부 차이?= 루이지애나 등 3개 주를 휩쓴 카트리나는 1800여명의 인명을 앗아갔다. 150만명의 이재민과 800억달러 상당의 재산피해가 났다. 특히 뉴올리언스는 주민 수가 절반으로 줄어들 정도로 집중 타격을 입었다. 도시의 80%가 물에 잠겼던 뉴올리언스 중심가인 프렌치쿼터와 백인 거주지인 가든디스트릭트는 옛 모습을 되찾았다. 그러나 흑인사회 중심인 나인스워드 등엔 잔해 더미가 그대로 남아있어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뉴올리언스에선 보험금을 받거나 개인재산이 있는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 일부만이 재건에 나서고 있다. 평균 연소득이 1만9천달러에 불과한 나인스워드 주민들이 재건에 나설 돈이 있을 리 없다. 재건은커녕 전기와 가스설비 복구도 요원하다. 시 의회 통계에 따르면, 5만여 가구가 자신들의 무너진 집옆에 마련된 연방재난관리청(FEMA)의 컨테이너와 트레일러에서 생활하고 있다.
지난해 참사 때 운송수단이 없어 대피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저소득층 흑인 상당수는 귀환할 생각을 아예 포기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기회의 땅이라는 의미에서 ‘빅이지(Big Easy)’라고 불렸던 뉴올리언스는 더이상 살기 쉬운 도시가 아니다. 흑인들이 떠난 자리는 재건공사의 힘든 일거리를 찾아온 히스패닉계 노동자들로 채워지고 있다.
주먹구구식 복구작업= 지난 1년간 뉴올리언스 일대 제방 복구와 보수에 57억달러가 투입됐지만, 카트리나 같은 4~5급 초대형 허리케인이 다시 엄습할 때 누구도 안전을 자신하지 못한다. 공사를 시행한 육군공병단 대변인 애드 배유스 소령은 “임시로 수리한 수준”이라고 인정했다.
뉴올리언스 재건의 또다른 문제점은 도시의 전체 청사진이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 정부와 시 의회가 별도의 계획안을 만들어 충돌하자, 지난달에는 시 유지들이 나서 또다른 패널을 조직하겠다고 발표했다. 툴레인대학 건축학과장 리드 크롤로프 교수는 “한 도시를 망치려면 이렇게 하면 된다”고 비판했다.
복구사업 수주의 난맥상도 재건을 지지부진하게 하고 있다. 재난복구 민간 감시활동을 펼쳐온 ‘코프워치’의 프라터프 채터지 국장은 “1차 복구공사 계약의 90%가 정치적 연줄을 동원한 외부의 대형 건설업체들에 수의계약으로 돌아갔다. 1년이 지났지만, 제대로 재건작업이 이뤄지지 않기는 아프간, 이라크와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한 예로 플로리다에 본사를 둔 청소업체 애슈브리트가 쓰레기 1㎥ 당 23달러씩 모두 5억달러의 청소 계약을 따냈지만, 하청에 재하청을 거쳐 말단 운송업자에겐 1㎥ 당 3달러의 작업비용이 돌아갔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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