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우유 배달 트럭운전사의 총기 난사로 소녀들이 숨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니켈마인스의 아미시교도 마을 학교에서 헬리콥터가 이륙하고 있다. 니켈마인스(미 벤실베이니아주)/AP 연합
미 아미시파학교에 괴한 난입 3명 살해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기독교 아미시파 학교에 침입한 30대 남자가 여학생들한테 총을 난사해 5명을 숨지게 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일어났다. 50대 남성이 콜로라도주의 고등학교에서 인질로 잡은 여학생을 성폭행한 뒤 살해한 지 6일만에 일어난 사건이다.
권총과 엽총 4정, 칼 두 자루, 총탄 600여발로 무장한 우유탱크 차량 기사인 찰스 로버츠(32)가 필라델피아에서 80여㎞ 떨어진 아미시파 마을의 학교에 침입한 것은 2일 오전 10시30분(현지시각)께였다. 남학생 15명과 교사들을 밖으로 몰아낸 로버츠는 6~13살의 여학생 11명을 칠판을 보고 늘어서게 한 뒤 전깃줄로 때리기 시작했다.
로버츠는 15분 뒤 경찰이 도착하자 바리케이드를 치고 잠시 대치하다, 휴대전화로 아내한테 “경찰이 왔다. 집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한 뒤 총을 난사하고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현장에서 여학생 3명이 숨지고, 부상자들 중 일부는 생명이 위독한 상태다.
<뉴욕타임스>는 범죄기록과 정신병 경력이 없는 로버츠가 왜 일을 저질렀는지 불분명하지만, 여성에 대한 증오가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현지 경찰관은 “그는 여성 희생자들을 찾고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그가 20여년 전 겪은 모욕을 범행동기로 추정했지만, 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로버츠는 사건현장에서 2㎞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부인, 세 자녀와 함께 살고 있었다. 경찰은 1997년에 로버츠의 어린 딸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17세기에 생긴 아미시파는 성경에 충실한 엄격한 삶을 추구하며 주로 농사를 짓고, 텔레비전과 자동차 등 현대 물질문명과 담을 쌓고 산다. 검은 옷을 입고 독일어 방언을 사용하는 아미시파는 펜실베니아주, 오하이오주, 인디애나주를 중심으로 북미에 18만명 가량이 살고 있다. 아미시파는 이런 생활방식이 미국 사회의 폭력으로부터 자신들을 지켜줄 것으로 믿어왔지만, 이번 사건으로 큰 충격에 빠졌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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