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결제 금지 법안 통과…부시 곧 서명
주당국 운영 복권·경마 예외…전세계 파장
주당국 운영 복권·경마 예외…전세계 파장
전세계 온라인 도박 시장이 ‘침몰’할 것인가? 미국 의회가 온라인 도박을 전면 봉쇄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뒤 관련업체들의 주가가 50% 이상 폭락하는 등 파장이 일고 있다.
■ 예상보다 강경한 온라인도박 금지법
미 의회는 은행과 신용카드 업체들이 온라인 도박 거래를 결제해주는 것을 불법화하는 ‘불법인터넷도박금지법안’을 지난달 30일 통과시켰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2주 안에 이 법안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도박 사이트 이용자들의 금융결제 자체를 원천봉쇄하는 법안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은 초강경 조처다.
런던 증시에 상장된 대표적 온라인 도박사이트들의 주가는 2일(현지시각) 곤두박질치며 수십억달러의 자산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세계 최대의 온라인 도박사이트 파티포커닷컴의 파티게이밍 주가는 57.94%, 스포팅벳은 64%, 888닷컴은 26% 폭락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브윈닷컴도 22% 하락했다.
대부분 영국계인 이들 대형 온라인 도박업체들은 수익의 상당부분을 미국에서 올렸다. 지난해 파티게이밍의 수익 중 78%, 스포팅벳 수익의 62%가 미국 이용자들의 주머니에서 나왔다. 파티게이밍은 2일 새 법안이 시행되면 미국내 사업 대부분을 중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대부분의 업체들도 비슷한 조처를 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미국 검찰이 브윈닷컴 경영자 2명을 체포하는 등 단속이 강화되고 있었지만, 업체들은 이처럼 강력한 법안이 통과될 것으로는 예상하지 않았다. 빌 프리스트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 법안을 항구보안강화법 등과 묶어 회기 막판에 한꺼번에 처리했다. 11월 미 의회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이 종교적 보수파들의 표심에 호소하기 위해 법안을 통과시켰다는 정치적 분석이 나온다.
프리스트 원내대표는 “사회조직을 갉아먹는 심각한 중독을 억제하게 돼 행복하다”고 말했다. 미 펜실베이니아 애넌버그 공공정책센터의 지난해 조사에서 남자 대학생의 26%가 최소한 한달에 한번 온라인 도박을 한다고 답하는 등 미국에서 온라인 도박, 특히 청소년 도박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상태다. 그러나, 이번 법은 주정부가 운영하는 복권이나 경마 사이트는 예외로 인정해 논란의 소지를 남겼다.
■ 온라인 도박, 지하화 우려
이 법은 2010년까지 현재의 두배 이상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온 전세계 도박시장의 판도도 바꿔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내 수요가 거대한 상황에서 온라인 도박이 지하로 숨어들어 조직범죄와 결탁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잡지는 또 주요 업체들이 미국을 떠나 유럽과 아시아 시장을 본격적으로 겨냥하게 될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아시아가 제일 중요한 시장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아시아 시장의 온라인 도박 수입은 지난해 미국의 약 3분의 1 수준이었지만, 빠르게 느는 추세다. 최근 한국과 중국 정부는 일부 도박 사이트들을 폐쇄했다.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에선 도박 자체가 불법이지만, 온라인 도박을 금지하는 특정한 법을 입법한 곳은 홍콩이 유일하다.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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