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매사추세츠주 이스트햄의 코스트가드 해변에서 평화운동가들이 이라크전에서 숨진 미군들을 상징하는 2700여개의 나무 십자가를 꽂고 있다. 이스트햄/AP 연합
이달들어 70명 사망…개전뒤 최고치 낼듯
부시,베트콩 ‘구정 대공세’와 유사 인정
부시,베트콩 ‘구정 대공세’와 유사 인정
천사 가브리엘이 예언자 무함마드에게 코란을 전수했다는 이슬람의 ‘축복의 달’인 라마단이 이라크 주둔 미군에게는 ‘저주의 달’이 되고 있다. 10월 전사자 규모가 2년여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닫고, 급기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라크전이 베트남전과 닮았다는 점을 시인하는 듯한 말까지 했다.
이라크 주둔 미군은 17일 전투 중 10명이 숨진 것을 비롯해 모두 11명의 사망자를 냈다고 18일 발표했다. 하루 전사자 규모는 지난 1월5일(11명) 이후 가장 많은 수치라고 <에이피(AP)> 통신은 보도했다. 이날 미군 병사 3명이 바그다드 북쪽에서 총격전 중 숨졌고, 4명은 서부 바그다드에서 차량 밑에서 터진 폭발물에 희생되는 등 사망자들은 모두 바그다드 인근에서 나왔다.
이로써 10월 들어 미군 사망은 전사 67명을 포함해 70명으로 늘었다. <뉴욕타임스>는 이런 추세가 이달의 남은 기간에도 이어진다면 미군에게는 개전 후 최악의 달로 기록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00명이 넘는 전사자를 본 2004년 4월(126명)과 같은 해 11월(125명)에는 저항세력 주요거점인 팔루자와 나자프에 대한 대공세가 전개됐기 때문에, 큰 작전이 없는 이달 상황은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군이 많은 희생자를 본 것은 시아파와 수니파의 종파분쟁 격화, 미군과 이라크 정부군의 바그다드 치안회복 작전에 대한 반격이 요인으로 꼽힌다. 미군과 이라크 정부군은 여름을 지나면서 저항세력의 공격 빈도가 40%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이라크 정부는 지난달 24일 시작된 금식기간인 라마단이 공격 증가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신성한 라마단 기간에 점령군에 저항하면 신과 조금 더 가까워진다는 믿음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10월에도 미군 희생자 수는 전달과 뒷달에 견줘 증가했다.
그러나 치안불안이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오는 24일 라마단이 끝난다고 안심하기는 어렵다. 다음달 5일에는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의 선고공판이 예정돼 있다. 후세인에 대한 사형 선고 전망도 나와, 또다른 치안악화 이유가 될 수 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날 <에이비시(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현재의 이라크 상황을 1968년 미군의 예기를 꺾은 베트콩의 구정대공세와 비유한 이날치 <뉴욕타임스> 칼럼에 관한 질문에 “그(칼럼니스트)가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알카에다는 충분한 혼란을 조성하면 미국민들이 전쟁에 싫증을 내고, 그러면 미군이 철수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발언이 전쟁 실패를 시인하는 것으로 읽힐 것을 염려한 백악관은 “(부시 대통령 말의) 전체 맥락은 구정대공세 때의 (적의) 선전공세와 비교한 것이고, 대통령은 과거 해오던 말을 반복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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