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부정 사건으로 몰락한 엔론의 전 최고경영자 제프리 스킬링(왼쪽)이 23일 미국 휴스턴 연방지방법원에서 24년4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뒤 걸어나가고 있다. 휴스턴/AP 연합
엔론사태 단죄 정점…검찰,민사송도 추진중
지난해 7월 월드컴 판결 이어 기업범죄에 경종
지난해 7월 월드컴 판결 이어 기업범죄에 경종
스킬링 엔론 전 CEO에 징역 24년4개월 선고
2001년 15억달러의 분식회계가 들통나 파산한 미국 에너지기업 엔론의 제프리 스킬링(52) 전 최고경영자에게 징역 24년4개월의 중형이 선고됐다. 기업범죄에 대한 미국 사법부의 서릿발같은 태도를 재확인하는 판결이다.
휴스턴 지방법원의 시미언 레이크3세 판사는 23일 스킬링을 상대로 제기된 사기 등 19건의 혐의에 유죄를 인정해 징역 24년4개월을 선고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레이크3세 판사는 항소심을 이유로 형의 집행을 미뤄달라는 변호인단의 신청을 기각해, 스킬링은 수감시설이 지정될 때까지 가택연금 상태에 놓이게 된다.
이 사건으로 기소된 30여명에 대한 1심 판결이 마무리돼가는 가운데 이번 선고는 엔론사태 단죄의 정점을 이룬다. 공범인 케니스 레이 전 엔론 회장은 지난 5월 유죄평결을 받았지만 7월에 심장질환으로 숨졌고, 존 클리포드 벡스터 전 부회장은 사건이 불거지자 2002년 1월 스스로 목숨을 끊어 심판의 기회를 빗겨갔다.
레이크3세 판사는 “스킬링의 범죄행위들은 수백명을 평생 가난 속에 살게 만들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스킬링의 행위가 투자자들에게 끼친 손해를 8천만달러로 산정했다. 스킬링은 벌금 1800만달러도 물어야 할 처지이고, 검찰은 수백만달러의 민사소송도 따로 추진하고 있다. 변호사 20명을 동원하고도 중형을 피하지 못한 그는 미국 형사사건 사상 최고액인 4천만달러를 로펌에 줘야 해, 개인적으로도 파산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스킬링은 이날 최후진술에서 “나는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라고 주장하고 판결 뒤에는 항소 방침을 밝혔다. 법정에는 파산으로 일자리를 잃은 엔론 직원 5200여명을 대표하는 이들이 증인으로 나와 “거짓말쟁이, 도둑”이라며 엄벌을 촉구했다. 엔론 파산으로 직원들은 퇴직금까지 날렸다.
검사 재직 시절 엔론사건을 수사한 새뮤얼 뷰얼 워싱턴대 교수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정도의 처벌이 가혹하다고 보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며 “과거 (이런 범죄들에 대한) 형량이 너무 가벼웠기에 그런 시각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킬링 판결은 지난해 7월 징역 25년을 선고받은 버나스 에버스(65) 전 월드컴 회장에 이어 기업범죄에 강력한 처벌을 가하는 최근 미국 법원의 추세를 보여준 것이다. 2002년 110억달러의 회계부정이 탄로난 통신업체 월드컴 사건은 엔론과 함께 미국 경제에 경종을 울렸다. 지난해 6월에는 회계부정과 횡령 혐의로 기소된 미국 케이블텔레비전 운영사 아델피아의 창업자인 존 리거시(82)와 최고 재무책임자 티모시 리거시 부자가 각각 징역 20년과 15년을 선고받았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스킬링 판결은 지난해 7월 징역 25년을 선고받은 버나스 에버스(65) 전 월드컴 회장에 이어 기업범죄에 강력한 처벌을 가하는 최근 미국 법원의 추세를 보여준 것이다. 2002년 110억달러의 회계부정이 탄로난 통신업체 월드컴 사건은 엔론과 함께 미국 경제에 경종을 울렸다. 지난해 6월에는 회계부정과 횡령 혐의로 기소된 미국 케이블텔레비전 운영사 아델피아의 창업자인 존 리거시(82)와 최고 재무책임자 티모시 리거시 부자가 각각 징역 20년과 15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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