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새 외교·국방·정보라인
이라크전 관련 외교 군 정보 라인 전면 개편
미군 증파 앞두고 강경파 전진 배치
미군 증파 앞두고 강경파 전진 배치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외교·군·정보 분야를 망라한 행정부 안의 이라크팀을 크게 재정비하고 있다. 다음 주 새 이라크 정책 발표를 앞두고 속속 드러나고 있는 새 진용의 얼굴들을 보면, ‘공세적인 이라크 새 판 짜기’를 하겠다는 부시 대통령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뉴욕타임스> 등은 부시 대통령이 존 볼턴 전 대사의 사임으로 빈 자리가 된 유엔 주재 대사에 잘마이 칼릴자드 이라크 주재 대사를 내정했다고 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유엔과 이라크 대사를 지낸 존 네그로폰테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국무부 부장관으로 옮긴다는 전날 보도까지 종합하면,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문제 해결을 위해 총력체제 구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시사주간 <타임>은 앞으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아랍-이스라엘 평화협상에 집중하고, 이라크 정책은 네그로폰테 부장관 내정자가 전담하다시피 할 것이라는 행정부 관리의 말을 전했다. 네그로폰테 국장의 이동에 대해, 국무부의 한 관리는 “라이스 장관이 물러날 경우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그로폰테와 칼릴자드는 부시 대통령의 강경한 이라크전 전략 고수 방침에 걸맞는 인물들이다. 네그로폰테는 강경파로, 온두라스 대사로 있던 1980년대 니카라과의 우익 콘트라반군 지원을 주도한 바 있다. 칼릴자드 대사는 중동에서의 미국 패권을 주창하는 네오콘의 핵심 인물 중 하나다. 한 행정부 고위관리는 <뉴욕타임스>에 “거의 동시에 새로운 팀을 구성해 우리가 새로운 접근법을 추구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물러나고 로버트 게이츠 장관이 기용된 군사 분야에서도 연쇄 물갈이가 예고되고 있다. 이라크전 지휘자인 다국적군 사령관에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중장, 이라크·아프가니스탄 등 중동을 관할하는 중부군 사령관에는 윌리엄 팰런 태평양 사령관의 기용이 유력시된다. 조지 케이시 다국적군 사령관과 존 아비자이드 중부군 사령관은 지난해 의회 청문회 등에서 이라크전의 내전 발전 가능성을 경고하고, 병력 증강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패배주의적’ 시각을 보여 교체 대상이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게이츠 장관은 1991년 걸프전 때 공군 정보책임자로 일한 제임스 클래퍼 전 국방정보국(DIA) 국장을 정보담당 차관에 앉힐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 다국적군 사령관으로 임명될 것으로 보이는 퍼트레이어스 중장은 2003년 침공 초기에 101공중강습사단을 지휘해 바그다드 점령의 선봉에 서는 등 성공적인 군사·민사 작전을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해군 대장인 팰런 사령관의 중부군 사령관으로의 전보 방침에는 뜻밖이라는 반응이 많다. 하지만 걸프만의 해·공군력을 이용해 이란을 견제하려는 목적이 깔렸다는 풀이가 나온다.
부시 대통령은 또 국가정보국 책임자로 예비역 중장인 마이클 매코넬 전 국가안보국 국장을 기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정보국·중앙정보국(CIA)·국가안보국(NSA) 등 핵심 정보기관 수장을 모두 전·현직 군인들이 맡게 되는 셈이다.
다음주 발표 예정인 새 이라크 정책과 관련해서는, 백악관이 이라크 주둔 병력 2만여명을 늘릴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게 나오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4일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와 2시간 동안 영상통화를 하며 이라크 정부군 3개 여단을 바그다드에 투입할 것을 약속받았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