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아파르트헤이트가 아닌 평화를>
카터센터 자문위원 사퇴 등 ‘카터 저서’ 반발 확산
미국에서 금기사항인 유대인과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에 나섰던 지미 카터 전 대통령에게 비판과 압력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카터 전 대통령이 설립한 카터센터의 자문위원들인 윌리엄 슈워츠 전 바하마 주재 미국대사 등 14명은 카터가 최근 출간한 저서 <팔레스타인:아파르트헤이트가 아닌 평화를>에 항의해 사퇴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1일 보도했다. 신문은 이들이 사퇴하며 발표한 항의서한 전문도 공개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지난 11월 이 저서를 통해 미국의 대중동정책이 이스라엘과 유대인들의 로비에 의해 심하게 왜곡됐으며, 지금 팔레스타인은 옛 남아공 백인정권 치하의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 같은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 책은 출간되자 전직 대통령의 용감하고 솔직한 비판이라는 찬사도 있었지만, ‘반유대주의’라는 격렬한 비난의 대상이 됐다. 미국에서 전직 대통령까지 지낸 유력인사가 이스라엘과 유대인의 로비를 비판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슈워츠 등 자문위원들은 편지에서 “우리는 더이상 양심을 가지고 카터센터 자문위원으로 봉사할 수 없게 됐다”며 “당신(카터)은 선동의 세계, 악의적인 선동의 세계로 들어섰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또 카터의 저서가 ‘이스라엘은 타협하여 공존을 추구하는 반면 팔레스타인은 테러에 호소했던’ 사실을 무시했을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의 철군을 권고한 유엔결의안 242조도 강제규정으로 왜곡하는 등 사실을 오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들은 카터가 팔레스타인의 상황을 아파르트헤이트로 묘사한 것은 유대인을 비난하는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시각이라고 격렬히 비난했다.
사퇴한 자문위원들은 카터센터의 200여명 자문위원 중 일부이다. 앞서 카터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8일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대해 솔직히 말하라’라는 글을 통해 저서 출간 동기와 그에 따른 압력을 털어놓았다. 그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문제와 관련해 미국에서 “지난 30년동안 자유롭고 균형적인 토론을 심각하게 억누르는 것을 나는 목격하고 경험했다”고 밝혔다. 그는 “하원의장인 낸시 펠로시가 그 책이 출간되기 전에 ‘그(카터)는 이스라엘에 관해 민주당의 입장에서 말하지 않고 있다’는 논평을 냈다”는 사례를 밝히며, 책의 출간을 전후해 엄청난 비난과 압력이 쏟아졌음을 밝히기도 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현재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사는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를 분리하는 이스라엘의 조처를 겨냥해 “엄청난 감옥의 벽이 현재 공사중이다”며 “이는 아파르트헤이트 체제의 남아공에서 흑인들이 살았던 것보다 더 억압적인 것”이라고 비난했다.
카터의 저서는 현재 4판을 거듭하며 45만부가 인쇄돼,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5위까지 올라갔다.
정의길 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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