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걸프지역 전력 배치
[뉴스분석] 이라크전 국제전으로 번지나
추가항모 이어 패트리엇 대대도 이동중 1969년 봄 미국은 베트남과 맞닿은 캄보디아에 폭격을 감행했다. 베트남전은 인도차이나반도 전쟁으로 확전됐다. 당시는 베트남전 반전여론이 높아져 파리에서 종전협상이 시작되던 때였다. 이라크전이 베트남전의 논리와 전철을 밟고 있다. 미국 민주당의 중간선거 승리 이후 이라크전 철군과 종전 여론이 거세지나, 이라크전은 확산 조짐을 보인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10일 새 이라크 전략을 통해 이라크 주둔 미군의 증파를 밝히고, 이란과 시리아의 이라크 무장세력 지원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몇시간 뒤 이라크 주둔 미군은 북부 에르빌에 있는 이란 영사관을 헬기로 공습해 영사관 직원 5명을 체포했다. 걸프 해역에는 이란을 겨냥한 아이젠하워 항모전단에 이어 이번 달 말께 스테니스 항모전단이 진입한다. 걸프 해역에 미 항모전단을 둘이나 배치한 것은 이라크전 개전 이후 처음이다. 텍사스의 패트리엇 미사일 대대도 중동으로 이동 중이라고 미국 관리들이 17일 밝혔다. 9일에는 이란 국영 세파은행에 대한 금융제재도 시행됐다. 로버츠 게이츠 국방장관은 “이란은 우리가 이라크에 묶여 있다고 믿는다”며 미국 군사력의 건재를 보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지난 12일 중동 순방에 앞서 중동 전역을 불안정하게 하는 이란에 맞설 ‘진화된 전략’을 촉구했다. 중동 전역에 걸친 새로운 전략을 이란을 지렛대로 수립 중이라는 얘기다. 미국은 베트남이 공산화하면 인도차이나 전역이 공산화한다는 도미노 이론에 입각해 베트남전에 개입했다. 이번 이라크전은 이라크에 민주체제 국가를 수립해 중동전역에 민주체제를 확산한다는 네오콘의 중동 민주화론에 입각했다. ‘역도미노 이론’이다. 새 이라크 전략은 부시 행정부에 남은 대표적인 네오콘인 잭 크라우치 국가안보 부보좌관이 입안했다. 병력을 증강해 내전을 진압하고 이란의 영향력을 차단하겠다는 논리도 베트남전 확전 논리와 비슷하다. 캄보디아에서 암약하는 북베트남군과 베트남 인민해방전선 및 보급로인 호찌민루트를 박멸해 종전협상을 유리하게 이끈다는 명분이었다. 미국은 지금 사우디 등 중동의 동맹국들을 위해 이란의 시아파 급진정권의 위협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스티브 해들리 국가안보보좌관은 〈에이비시〉(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이란으로 진입할 권한이 없다고 생각하냐?”는 물음에 “나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며 “국경을 넘는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법적인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법적인 요건이 충족되면 이란으로 군사력을 전개할 수 있다는 대답이다. 정의길 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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