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프랑스 패전사 탐독…교훈 못 얻은듯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50년 전 ‘프랑스 제국’의 조종을 울린 알제리 독립전쟁에서 무엇을 배우고 싶어할까?
이라크전 수렁에 빠진 부시 대통령이 알제리 독립전쟁을 다룬 <야만적 평화의 전쟁>(원제: A Savage War of Peace: Algeria 1954~1962)을 탐독하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4일 보도했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부시 대통령한테 이 책을 권했다고 한다.
영국 전쟁사가 알리스테어 호른이 1977년 쓴 이 책은 절판됐다가 이라크 침공과 함께 미군 지휘관들의 베스트셀러로 부활했다. 헌 책이 150달러에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자 지난해 10월 개정판이 발행됐다.
호른은 개정판 서문에서 알제리와 이라크의 유사점을 강조했다. 저항세력이 프랑스군을 직접 공격하기보다는 취약한 목표물을 노려 혼란을 고조시키고 △저항세력이 허술한 국경을 이용해 이웃나라에서 무기와 은신처를 공급받고 △서구의 지지를 못 받는 점령당국의 고문이 자행된다는 점 등이다.
저자는 알제리인 사망자 100만여명, 프랑스군 전사자 1만2천여명을 내고, 62년 식민지 철수로 결론난 이 전쟁에서도 종전 4년 전 프랑스 장군들이 “사실상 끝났다”며 승리를 호언했다고 전했다. 2003년 5월 부시 대통령이 항공모함 에이브러햄링컨호 갑판에서 이라크전 “임무 완수”를 선언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이 식민지가 아닌 친미정부를 원하고, 부시 대통령이 철군을 추진해도 군부의 암살 시도를 겪지는 않을 것 같다는 정도가 다르다고 서평에서 지적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진지한 교훈을 얻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 책을 재미있어 한다고 한 측근이 말했지만, 관료주의가 프랑스의 패인이고 미국은 다르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고 <뉴스위크> 최신호는 전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출처: 아마존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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