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교양교육으로 이름난 미국 하버드대의 교과과정이 다른 나라의 사회·문화 다양성에 대한 이해를 강조하는 쪽으로 크게 개편된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1970년대 말 이후 30여년 만에 단행되는 대개편은 다른 대학들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하버드대 교수들로 구성된 교양과목 개편팀은 7일 낸 최종보고서에서 △미와 해석적 이해 △문화와 신앙 △경험적 추론 △윤리적 추론 △생명시스템의 과학 △물리 세계의 과학 △세계의 사회들 △세계 속의 미국이라는 8개 범주로 개편 방향을 제시했다.
특히 ‘세계의 사회들’과 ‘세계 속의 미국’은 세계화 진전 속에 다른 나라와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미국의 역할을 고민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보고서는 “하버드대 학부생들은 유일 강대국(미국)의 세계질서 속에서 자라났다”며, 학생들이 언론이나 미국 문화에 의해 다른 나라와 문화에 선입견을 지닐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새 교과과정은 다양한 가치와 관습, 제도, 사회조직을 공부해 “편협함”을 극복하게 하는 목적을 지녔다고 밝혔다. ‘세계 속의 미국’도 미국 역사와 문화, 제도를 외부 문화와의 맥락 속에서 이해하는 지성을 갖추게 하는 데 주안점을 둘 것이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하버드대 교양교육은 과거 학술적 주제에 집착해 현실을 반영하고 이해하는 데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보고서는 “21세기에 맞는 일반교양을 가르쳐, 풍부하고 생산적인 삶을 영위”하게 하는 게 개편 목적이라고 밝혔다.
종교 교육 강화도 눈에 띈다. 개편팀은 지난해 12월 종교를 주요 범주로 도입하려다 자유와 세속주의를 추구하는 전통과 마찰을 빚자, 최종보고서에서는 ‘문화’와 엮어 절충을 모색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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