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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제2 마릴린 몬로’의 허망한 삶

등록 2007-02-09 18:43수정 2007-02-09 19:00

애나 니콜 스미스가 2001년 1월 유언·상속 문제를 다루는 휴스턴의 법원에 출석해 전 남편 하워드 마샬의 사진을 들여다 보고 있다. / 1993년 <플레이보이>의 ‘올해의 메이트’로 뽑혀 표지에 실린 애나 니콜 스미스. AP 연합
애나 니콜 스미스가 2001년 1월 유언·상속 문제를 다루는 휴스턴의 법원에 출석해 전 남편 하워드 마샬의 사진을 들여다 보고 있다. / 1993년 <플레이보이>의 ‘올해의 메이트’로 뽑혀 표지에 실린 애나 니콜 스미스. AP 연합
플레이보이 모델출신 스미스 사망
스트립걸에서 억만장자와 결혼 ‘극적변신’
유산다툼 아들 죽음 충격
결국 무일푼 파산 뒤 돌연사
애나 니콜 스미스 인생

 “불쌍한 애나 니콜, 그는 패배자예요.”

15년간 미국 언론에 끊임없는 화젯거리를 제공한 애나 니콜 스미스(39)의 돌연사 소식에, 그의 변호사 론 랠은 <에이피>(AP) 통신과의 전화통화에서 이렇게 반응했다. 불량소녀와 스트립걸에서 <플레이보이> 모델과 영화배우로 변신하고, 63살 연상 석유재벌과 결혼해 의붓아들과 상속 다툼을 벌이던 그의 마지막은 허망했다.

마치 타블로이드판 신문의 머릿기사 감들로 인생을 채우겠다는 식으로 살아온 스미스의 ‘타블로이드 인생’은 미국 대중문화의 물질주의적 극단만을 가르쳐준 채 막을 내렸다.

스미스는 7일 오후(현지시각) 남자친구인 변호사 하워드 스턴과 머물던 플로리다의 한 호텔 방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경찰은 사인 규명을 위해 부검을 하기로 했다. 랠은 최근 전화통화에서 스미스가 감기증상을 말했다며, 그가 5개월 전 숨진 아들 때문에 비탄에 빠져있었다고 전했다.

텍사스주에서 태어난 스미스는 아기였을 때 부모가 갈라서면서 경찰관인 어머니 아래에서 자랐다. 급우와 싸워 학교에서 쫓겨난 그는 17살 때 자신이 웨이트리스로 일하던 닭튀김 식당 요리사와 결혼해 아들을 낳고 2년만에 이혼했다. 스미스는 이후 휴스턴에서 토플리스 댄서로 일하며 근근이 살았다.

스미스가 미국 대중문화와 부가 쌓아놓은 거탑을 빠르게 오르기 시작한 것은 1992년이다. <플레이보이> 사진콘테스트에 응모해 표지모델로 발탁된 데 이어, 이듬해 이 잡지의 ‘올해의 메이트’에 선정됐다. 청바지 ‘게스’ 모델로 활동하고 영화 몇 편에도 출연했다. 사람들은 완벽한 금발을 비롯한 생김새에서 마릴린 먼로의 환생을 봤다. 스미스는 먼로처럼 보이려고 노력했다. 불운한 유년시절과 10대 때의 결혼과 실패 반복, 누드모델로 시작해 대중스타가 된 점도 먼로의 이력을 빼닮았다.

1994년 예일대 로스쿨 교수 출신의 석유재벌 하워드 마셜과의 결혼은 가장 극적인 얘깃거리를 제공했다. 둘은 3년 전 스미스가 일하던 술집에서 만났다. 스미스는 2005년 <에이비시>(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당시 삶에의 의지가 없어 보였다”며 “그를 위해 춤을 춰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26살 신부를 보석과 비싼 옷으로 행복하게 만들어 준 89살의 마셜은 14개월 만에 세상을 떴다.

바로 16억달러라는 막대한 유산을 놓고 나이로는 아버지뻘인 의붓아들 피어스 마샬과 긴 법정싸움에 들어갔다. 피어스는 스미스가 병상의 남편한테 가슴을 내보이며 재산을 달라고 조르기도 했다며, 이미 600만달러를 챙긴 그에게 상속재산을 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스미스는 “남편이 재산 절반을 준다고 약속했다”고 주장해 한 때 4억7400만달러를 상속받아야 한다는 판결을 얻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재판 결과는 번복을 거듭해 아직도 판가름나지 않고 있다.

‘공식적’으로 무일푼이 된 스미스는 파산을 선언했지만, 2002~2004년 텔레비전 리얼리티쇼 ‘애너 니콜 쇼’를 통해 사생활을 속속들이 공개하며 또다시 큰 유명세를 탔다. 다이어트 업체 대변인과 모델 활동도 이어갔다. 약물중독에다, 30㎏ 이상의 살이 빠졌다가 쪘다가 하는 일은 스미스를 육체적으로 괴롭혔다. 하지만 과장된 몸짓으로 대중의 눈길을 끌려고 쉴새없이 노력했다. 그는 1994년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파파라치가 귀찮치 않느냐는 물음에 “파파라치가 좋다. 자라면서 그러지 못해, 주목받는 일은 언제나 좋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스미스는 지난해 9월 첫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 대니얼을 잃었다. 3일 전 딸을 낳은 어머니를 만나러 바하마의 병원에 찾아 온 대니얼은 그 병원 침대에서 갑자기 숨졌다. 마약중독 치료용 마약과 항우울제를 함께 먹은 게 사인으로 제시됐다. 스미스의 변호인이었던 마이클 스콧은 “틀림없이 그의 아들처럼 스미스의 사인도 마약과 관련있는 것으로 결론날 것”이라고 말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그러면 약물중독으로 고생하다 1962년 36살을 일기로 숨진 먼로의 삶의 완벽한 복사본이 완성되는 셈이다. 다만, 약간의 ‘신화’적 느낌을 갖게 하는 먼로보다는 더 통속적인 줄거리를 제공했다는 점이 차이라면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물질주의 문화가 사육하고 즐긴 스타이자 ‘괴물’인 스미스는 전 남편의 엄청난 재산을 건드려보지 못하고 떠나면서도 법정싸움들은 남겨두고 갔다. 전 남편 마셜이 남긴 재산의 주인은 아직 가려지지 않았다. 스미스와 다툼을 벌이던 의붓아들 피어스는 지난해 6월 병으로 숨졌지만, 그 가족이 남아있다. 스미스가 지난해 낳은 딸의 아버지도 가려져야 한다. 스미스는 남자친구인 변호사 스턴이 아이 아버지라고 밝혔지만, 전 남자친구인 사진작가 래리 버크헤드는 자신이 생부라며 소송을 냈다. 이 아이의 친부가 누구인가는 마샬이 남긴 상속재산의 향방과도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여, 스미스는 사후에도 당분간 언론의 조명을 피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스미스가 살아있을 때 다이어트 대변인으로 일한 제약회사는 7일 허위광고를 이유로 소비자들로부터 집단소송을 당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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