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니 미부통령 CEO 역임-이라크전 사업 ‘싹쓸이’
특혜계약 부실공사 등 불법행위 집중조사 받는중
특혜계약 부실공사 등 불법행위 집중조사 받는중
‘이라크전 최대 수혜자’ 중 하나로 꼽히는 미국의 에너지·군수기업 핼리버튼이 중동으로 본사를 옮긴다고 발표해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데이비드 레사 핼리버튼 회장은 11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본사를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로 이전하고 자신도 그 곳에서 일하겠다고 밝혔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레사 회장은 “나는 최고경영자로서 동·서반구 사업에 모두 책임이 있다”며 중동에서의 사업 기회를 이전 이유로 들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세계 석유기업들의 활동 중심이 중동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경영적 관점의 분석을 내놨다.
하지만 미 국방부, 연방수사국(FBI), 하원 등의 조사가 집중된 때에 이전을 결심한 게 의구심을 일으키고 있다. 딕 체니 부통령이 최고경영자(1995~2000년)를 지낸 핼리버튼은 미국 정부한테서 160억달러(15조1천억여원)어치의 계약을 따낸 정경유착의 표본으로 수사당국과 의회의 집중조사를 받고 있다. 핼리버튼과 자회사 케이비아르(KBR)는 수의계약 등을 통해 이라크의 파괴된 유전 정비, 건설, 군량, 세탁, 군수품 조달 등 방대한 계약을 따내 큰 수익을 올렸다.
핼리버튼은 이 과정에서 특혜 계약, 사업비 과다계상, 유통기한을 넘긴 식품 공급 등 갖은 불법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조사를 받고 있다. 연방수사국은 미국 정부의 이라크전 관련 사업에서 100억달러가 사업비 과다계상 등으로 샜는데, 이 중 27억달러가 핼리버튼의 책임이라고 지난달 밝혔다.
또 체니 부통령이 최고경영자로 있던 때에 발칸전쟁 관련 공사비를 부풀린 게 탄로났고, 나이지리아 관리들한테 뇌물을 주었다는 혐의로도 미국과 영국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언론과 시민단체 등은 1990년대 초반 아버지 부시 정권 때부터 핼리버튼의 뒤를 봐준 의혹을 사는 체니 부통령을 빼고는 이런 일들이 설명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한편에서는 이전 계획이 최근 이라크가 외국기업의 석유개발 참여를 보장한 법안을 마련한 점 등을 들어 더 많은 ‘전리품’을 챙기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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