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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고통스런 가족사 들추는 미국 이민제도

등록 2007-04-11 17:56수정 2007-04-11 21:10

미국 영주권 취득자
미국 영주권 취득자
친자 증명 위해 DNA 검사
15~20% 친자 친부모 아닌 것으로 드러나
내전 속 성폭행 등 고통스런 진실 직면
14년 전 아프리카 가나에서 미국에 건너와 전기·자동차 부품점에서 일하는 이삭 오우수(51)는 두고 온 네 아들을 한시도 잊지 않았다. 미국 시민권을 얻고는, 디엔에이(DNA) 검사만 하면 아이들을 부를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고향의 아내가 죽어 누이한테 맡긴 아이들을 데려오려고 새 아내와 함께 아파트에서 단독주택으로 옮겼다.

그러나 지난해 검사 결과를 받아들고는 눈을 의심했다. 큰아들(23)만 ‘생물학적인’ 아들이고, 19살짜리 둘째와 17살짜리 쌍둥이 아들들은 친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른다는 내용이었다. 죽은 아내한테 자초지종을 물을 수 없는 그는 “내가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나”라며 한숨만 쉬었다. 결국 큰아들만 미국에 데려와야 했다. 지금도 나머지 세 아이들은 주말이면 수신자부담 국제전화로 “왜 형만 데려갔냐”고 묻는다.

미국 이민당국은 시민권자나 영주권자의 직계가족 중 미국 밖에 머물고 있는 이들에게 영주권을 주는 과정에서 디엔에이 검사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디엔에이 검사만큼 확실한 증명 방식이 없기 때문이다. 디엔에이 검사는 주로 서류로는 가족관계 증명이 쉽지 않은 저개발국이나 분쟁 지역 출신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미 국무부가 지정한 현지 병원에서 보낸 샘플과 이민자의 디엔에이가 들어맞아야 한다. 하지만 이는 많은 이민자들을 ‘고통스런 진실’에 직면하게 만든다고 <뉴욕타임스>가 10일 보도했다.

메릴랜드주에 정착한 아프리카 시에라리온 출신의 한 남성도 끔찍한 결과를 통보받았다. 내전을 거치면서 아내가 낳은 아이가 반군한테 당한 성폭행의 결과였기 때문이다.

미국에 먼저 온 자식들이 모국의 부모와 디엔에이를 맞춰보고 절망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메이카 출신의 타마라 곤잘레스(31)는 고향의 아버지와 유전적으로 닿아있지 않다는 판정을 받고 따졌지만, 어머니는 검사가 잘못됐다며 펄쩍 뛰었다. 모녀 관계는 불신 속으로 빠져들었다.

공식 통계는 없지만, 미국혈액은행협회의 디엔에이 검사 전문가 메리 카운트는 이민자들의 가족관계 증명에 이용된 디엔에이 검사가 2004년에 7만5천여건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 중 15~20%는 혈연관계 입증에 실패한다. 영주권의 60% 안팎이 먼저 온 이민자의 가족들한테 주어지는 상황에서 디엔에이 검사는 부정 신청자를 걸러내는 데 효과적이라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그러나 450달러를 내야 하는 이 검사가 ‘아메리칸 드림’의 완성을 보려는 이들한테 주는 상처도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토니 에드슨 미 국무부 부차관보는 “이 검사로 인해 이민자들이 자신들에 대해 전혀 몰랐던 일을 알게 된다”며 부작용을 인정했다.

검사 결과가 부정적이더라도, 이민자들은 16살 미만 어린이는 입양해 데려올 수 있다. 또 의붓 자식들을 데려오게 해달라는 청원을 할 수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그러나 이민 관리들이 이를 잘 알려주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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