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OL의 블로그를 통해 공개된 조승희씨의 과제물.
“13살 소년이 40살의 의붓아버지에게 욕을 퍼부으며 반쯤 먹던 바나나 시리얼바를 아버지의 목구멍에 쑤셔 넣는다. 의붓 아버지는 목에 박힌 시리얼바를 빼고 소년을 큰 팔로 내려친다.” (‘리처드 맥비프’의 결말)
조승희씨가 2006년 가을학기 과제로 쓴 희곡의 내용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조씨의 정신 상태를 의심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가 제출한 희곡의 내용이 폭력적 장면과 욕설로 ‘도배’되어 있기 때문이다. 조씨와 함께 희곡 작문 과목을 수강한 이안 맥팔레인은 자신의 블로그에 조씨가 작성한 희곡 두 편을 올리고, “그의 희곡은 악몽처럼 끔찍한 폭력과 무기가 등장하는 등 매우 비뚤어져 있었다”고 말했다. 버지니아공대 영문학과장 캐롤린 루드 교수는 AP 통신과 인터뷰에서 “조승희가 과제와 관련돼 상담 서비스를 권유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포털뉴스 서비스 AOL은 조씨의 과제물인 희곡 두 편을 주요하게 소개했다.
살인·욕설·폭력으로 범벅
〈리처드 맥비프〉, 〈미스터 브라운스톤〉이라는 제목의 두 편의 희곡은 서사구조가 완성된 희곡이라기보다는 A4 용지 10장 내외의 단막극 형태의 과제물이다. 이 희곡에는 폭력과 욕설이 난무하고 있었다. 〈리처드 맥비프〉는 40살의 리처드 맥비프라는 의붓 아버지와 양아들인 13살의 존의 갈등을 다룬 내용이다. 존은 양아버지인 맥비프가 자신의 친 아버지를 죽게 했다고 믿고 있다. 존은 맥비프를 증오하고 있고, 맥비프 앞에서 “죽여버리겠다”는 말도 서슴치 않는다. 거기에 입에 담기도 힘든 미국식 욕설들이 원고지를 가득 채우고 있다. 의붓 아버지로 나오는 맥비프도 존에게 마치 잘해주는 것처럼 나오지만, 부인에게 저질스러운 농담을 건네는 역시 몰상식한 인물로 나온다. 부자간의 싸움을 목격한 어머니 수의 오해로 맥비프와 수의 갈등도 커져가고 이 과정에서 수가 접시를 집어 던지고 전기톱을 휘두르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일부 언론이 묘사한 것처럼, 끔찍한 살해 장면은 없다. 하지만 존이 자신의 방에서 다트 게임을 하면서 “딕(맥비프의 또다른 이름)을 죽여야 해”라는 식의 혼잣말을 한다. 결국 존은 전기톱을 들고 휘두르는 수를 피해 자신의 차에 피해 있는 아버지에게 욕설을 하며 목에 시리얼 바를 쑤셔 넣는다. 아버지는 목구멍에서 시리얼 바를 빼내고 존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미스터 브라운스톤〉에서는 증오의 대상이 선생님으로 바뀐다. 17살 동갑내기인 존, 제인, 조는 자신들의 신분을 속여 카지노에서 슬롯머신을 하고 있다. 여기에서 미스터 브라운스톤이라는 자신들의 수학선생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강간을 했다”라는 대사도 나오지만, 실제로 강간을 했다기보다는 욕설을 늘어놓는 과정 가운데 과장된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과 같은 카지노에는 마침 브라운스톤 선생도 있었고 이를 목격하게 된다. 하지만 이들 세 학생은 선생님을 앞에두고 뻔뻔히 모른 척하며 선생님을 욕하는 노래를 부른다. 결국 세 학생은 보안요원에 의해 끌려나가게 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리처드 맥비프〉보다는 폭력성은 덜한 내용이지만 역시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들로 가득차 있다. 선생님을 “죽여 버리고 싶다”(I wanna kill him)는 표현도 자주 등장한다.
조승희씨가 쓴 희곡을 볼 수 있는 곳. http://news.aol.com/virginia-tech-shootings/cho-seung-hui/_a/richard-mcbeef-cover-page/20070417134109990001 〈한겨레〉온라인뉴스팀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연합뉴스
인터넷에서 유포되고 있는 조승희씨의 과제물. 폭력적인 문장들이 자주 등장한다.
조승희씨가 쓴 희곡을 볼 수 있는 곳. http://news.aol.com/virginia-tech-shootings/cho-seung-hui/_a/richard-mcbeef-cover-page/20070417134109990001 〈한겨레〉온라인뉴스팀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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