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사건을 저지른 조승희(23)씨는 미리 총기를 구입하고 몇 주 전 갑자기 운동을 시작하는 등 이번 사건을 치밀하게 준비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경찰은 17일(현지시각) 조씨가 거주해온 기숙사를 봉쇄하고 그의 방에서 메모들과 컴퓨터 파일, 책, 노트, 칼 등을 거두어 단서를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수사 관계자는 “범인이 대학 안 부유층과 특권층 학생들의 도덕적 해이와 이중적 행태를 비난하는, 길고 어수선하며 불만에 가득찬 메모들을 남겼다”고 말한 것으로 이 신문은 전했다. 수사 당국은 조씨가 3월과 4월에 총을 한자루씩 구입하고 범행 전 미리 강의동 문에 쇠사슬을 채우는 등 사전에 범행을 상당히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씨의 같은 방 친구였던 조지프 오스트는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조씨가 몇 주 전부터 갑자기 체육관에서 운동에 열중하고 머리를 군대식으로 짧게 깎았다”고 말했다. 숨진 조씨가 메고 있던 배낭에서는 여러 자루의 칼과 무기 관련 잡지가 나왔고, 그가 쓴 것으로 보이는 ‘노리스홀에 폭탄이 설치돼 있다’는 협박 메모도 발견됐다. 주미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1주일 전 조씨가 독일어 시간에 여자친구와 다투다 교수로부터 꾸지람을 들었고, 16일 여자친구의 기숙사 방에서도 다퉜다는 목격자가 있다”고 전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