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새 10여명 체포…총기 가진 학생 신고도 잇따라
버니지아공대 총기 난사 사건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 미국 학교들에 공격 위협이 꼬리를 물어 휴교령이 내려지고 학생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일고 있다. 19일(현지시각) 하루에만 이런 소동으로 10여명이 체포됐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캘리포니아주 유바 시의 학교에 테러를 가하겠다는 위협이 가해져 지역 학교들이 20일 휴교령을 내렸다. “많은 폭탄으로 버지니아공대 사건 정도는 별 것 아니게 만들어 주겠다”고 말한 협박범은 19일 밤 경찰에 자수했다. 샌디에이고주립대에서 50명을 사살하겠다는 내용의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가 붙잡힌 30대 웹디자이너는 사이트 방문자를 늘리려고 거짓 위협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네브래스카주의 한 고교에서는 “내일 학교에 가지 마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가 학생들에게 보내져 20일 수업이 취소됐다. 18일 미네소타대학에서는 “건물들을 동시에 폭파시키겠다. 나는 잃을 게 없다”는 경고문이 발견돼, 학생과 교직원들이 급히 대피하기도 했다.
신경이 곤두선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총기 소지가 의심되는 학생들을 신고하는 일도 늘었다. 시애틀 근처의 한 고교에서는 실탄이 장전된 총 3자루를 지닌 학생이 붙잡혔다.
이런 소동은 1999년 콜로라도주 콜럼바인 고교 총기난사 사건 8주년(20일)까지 겹쳐 불안감을 더욱 높였다. 버지니아공대 사건을 ‘찬양’하는 학생들도 생겨났다. 플로리다주에서는 100명을 죽여 버지니아공대 사건을 능가하겠다는 전자우편을 친구들에게 보낸 고교생이 붙잡혔다. 아칸소주에서도 조승희씨처럼 “영웅”이 되고 싶다고 책상에 쓴 고교생이 체포됐다. 콜럼바인 고교 사건을 언급한 메모가 발견돼 학생들이 대피한 곳도 있다.
리처드 콜코 연방수사국(FBI) 대변인은 <시엔엔>(CNN)과의 인터뷰에서 “버지니아공대 사건에 대한 넘쳐나는 보도가 모방범죄 위협을 부추긴다”고 말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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