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피고에 불리’ 재판취소도
미국 앨라배마주에서 한인 학생이 집단구타를 당해, 연방수사국(FBI)이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사건의 ‘보복’성 증오범죄인지를 조사하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24일 보도했다. 버지니아공대 사건과의 연관성이 밝혀지면 한국인에 대한 첫 증오범죄로 기록된다.
앞서 현지 휴스턴총영사관도 이번 사건을 파악했으나, 가해자들이 버지니아공대 사건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단순 구타사건’으로 규정했다.
지난 19일 밤 11시30분께 앨라배마주 오번의 오번대 기숙사 건물 앞에서 한인 남학생(18)이 4명한테서 집단구타를 당했다고 현지 경찰이 밝혔다. 버지니아공대에서 조승희씨가 총기난사로 32명을 살해한 지 사흘 만에 일어난 사건이다. 2분 가량 맞은 이 학생은 입술이 찢어지고 뺨이 부어오르는 상처를 입었다고 지역신문인 <버밍햄뉴스> 인터넷판이 전했다.
가해자들을 찾고 있는 경찰은 “수사가 진행 중이라 증오범죄인지 아닌지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학생의 사촌은 “가해자 중 한 명이 아시아인이기 때문에 때린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25일 이 사건에 대해 “가해자는 흑인 3명인 것 같다”며 “이들이 지나가던 피해자한테 ‘출생이 어디냐’고 묻고, ‘한국’이라고 하자 때린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휴스턴총영사관이 △가해자들이 버지니아공대 사건을 언급하지 않고 △경상에 그친 점 등을 이유로 일반적인 폭행사건으로 처리했다고 말했다. 피해자는 미국 시민권자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한편,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버나디노 지방법원은 버지니아 참사가 한인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지금까지의 재판 내용을 취소하는 이례적 결정을 내렸다. 더글러스 일웰 판사는 한인 이아무개씨의 재판에서 지난 23일 모두진술을 듣기로 한 공판 일정을 취소하고 심리무효 결정을 내린 뒤 배심원단을 해체했다고 <에이피> 통신이 24일 보도했다. 그는 6월8일에 예비심문 절차부터 다시 재판을 진행하기로 했으며, 배심원단도 새로 인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씨의 변호인은 버지니아공대 사건이 한국 출신인 이씨한테 불리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심리무효를 요구했다. 이씨 사건 배심원단의 인종·민족 구성이 어땠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조처는 ‘냉각기간’을 둬 버지니아공대 사건이 재판에 끼칠 영향을 막으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명예경찰관이던 이씨는 2005년 7월 골프장에서 시비가 벌어지자 경찰관 배지를 내보이며 총을 뽑아 위협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본영 이제훈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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