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울포위츠 세계은행 총재
여자친구 특혜 윤리규정 위반
유럽 쪽이 사퇴 몰아
유럽 쪽이 사퇴 몰아
여자친구한테 특혜를 준 사실이 탄로났는데도 한 달을 버틴 폴 울포위츠 세계은행 총재의 운이 다해가고 있다. 세계은행 특별조사위원회가 윤리규정 위반을 확인하고, 유럽 쪽은 울포위츠 축출을 위해 미국에 타협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초 추문이 불거진 뒤 이사회 구성원들로 꾸려진 특별조사위는 울포위츠가 윤리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판정했다고 외신들이 7일 보도했다. 이를 통보받은 세계은행 이사회는 이번주 안에 회의를 열어 징계를 논의한다. 미국 국방부 부장관 출신으로 2005년에 세계은행 총재로 취임한 울포위츠는 여자친구 샤히 알리 리자를 승진시켜 미 국무부로 파견보내고 2년여만에 연봉 6만달러(약 5540만원)를 올려주도록 세계은행 인사담당에게 직접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럽 쪽은 미국이 세계은행 총재 지명권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울포위츠를 물러나게 하는 타협책을 제시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유럽 쪽은 애초 1945년 설립 이래 미국이 세계은행 총재를 지명해 온 관행을 바꾸기를 바랐지만, 절충안 마련으로 한발 물러섰다. 미국이 세계은행 주도권에 집착하는 점을 이용해 울포위츠만이라도 낙마시키겠다는 셈법이다. 유럽 국가들은 ‘이라크전 기획자’인 울포위츠를 임명 때부터 마땅찮게 여겨왔다. 유럽연합 의회는 공개적으로 그의 사임을 촉구한 바 있다.
울포위츠는 이번 일이 불거진 배경에 중상모략이 있다며 사퇴 거부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안을 놓고 지분 16.4%를 지닌 미국을 편들 나라들이 적어, 상황은 그에게 불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미 국방부에서부터 울포위츠를 보좌해 온 케빈 켈럼스 세계은행 전략국장은 “지도부를 둘러싼 지금 상황으로 볼 때 업무를 진행시키기가 매우 어렵다”며 7일 사직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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