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의 승진과 봉급 인상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폴 울포위츠 세계은행 총재가 15일 굳은 표정으로 메릴랜드주 셰비 체이스의 자택을 나서고 있다. 셰비 체이스/AP 연합
세계은행 총재서 자진사퇴 권고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가 ‘여자친구 특혜’ 의혹에 시달려온 폴 울포위츠 세계은행 총재에 대한 지지를 거둬들이고 있다.
‘부시, 울포위츠 사임의 문을 열어두다’(<뉴욕타임스>) ‘울포위츠 지지가 사그라들고 있다’(<월스트리트저널>) ‘백악관, 울포위츠 교체 신호를 보내다’(<파이낸셜타임스>). 16일 외신들은 백악관이 울포위츠 총재의 자진 사퇴 쪽으로 돌아섰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미국은 이번주 초까지만 해도 일본, 유럽을 대상으로 울포위츠 구명운동을 벌였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딕 체니 부통령 등 미 행정부 각료들은 하나같이 울포위츠를 옹호했다. 미국 몫인 세계은행 총재 자리를 순순히 내놓을 수 없고, 울포위츠가 이라크전쟁을 기획한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울포위츠의 행동이 근무계약과 인사 규정을 어겼다’는 세계은행 특별위원회의 보고서가 14일 발표되자, 미국의 태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특별위원회는 이사회에 낸 보고서에서 여자친구 샤하 리자에 대해 승진 보장과 36%의 급여 인상을 지시한 울포위츠의 행동은 “세계은행의 이해관계를 무시했고 세계은행에서 지도력의 위기를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울포위츠가 지도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24명의 이사 전원이 판단해 달라”고 제안했다.
울포위츠는 보고서가 발표된 15일 밤 늦게 세계은행 이사들을 만나 미국에 대한 의존도 감소 등 세계은행 경영개선안을 약속하며 유임을 호소했다.
그러나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15일 울포위츠를 지지하지만 모든 선택이 열려 있다며, 더이상 그를 끌어안고 가지는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백악관 관리의 말을 따 “울포위츠의 리더십이 쇠퇴하고 있다”며 “사임까지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은행 이사회는 15일부터 울포위츠의 거취와 관련한 특별위 보고서를 놓고 토론을 계속했다고 밝혔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