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책사업으로는 이례적
중국 상하이와 항저우를 잇는 자기부상열차 건설 사업이 주민들의 자기장 피폭 우려에 부닥쳐 중단됐다.
중국의 ‘국책사업’이 주민들의 민원에 발목을 잡힌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 열차는 2010년 상하이 세계무역박람회(엑스포)에 맞춰 개통될 예정이었으나, 현재로선 공사 재개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27일 전했다.
상하이~항저우 자기부상열차 건설 사업은 그동안 주민들의 격렬한 민원을 불렀다. 철로변 주민들은 열차 운행 때 발생하는 엄청난 자기력으로 인한 방사선 피폭 가능성을 제기하며 공사 중단을 요구해왔다. 한 임산부(28)는 <신화통신>에 “자기장이 아기에게 나쁜 영향을 주지나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지난 3월엔 노선이 지나는 상하이 민항구에서만 하루에 5000통 이상의 탄원서가 쏟아졌다.
주민들은 자기부상열차가 마을에 바짝 붙어 지나는 데 특히 우려를 제기했다고 전해졌다. 이 열차 철로는 애초 마을에서 150m 떨어지도록 설계됐지만, 실제 철로와 마을 사이의 거리는 겨우 22.5m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최초로 자기부상열차를 개발한 독일은 철로와 주변 건물 사이의 방호대를 300m로 규정하고 있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막대한 공사비도 이 사업에 대한 논란을 증폭시켰다. 사업비는 애초 350억위안(약 4조원)으로 추정됐으나 공사가 진행되면서 400억위안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상하이~항저우 175㎞를 28분 만에 주파하도록 설계돼 있는 이 열차의 요금이 150위안으로 높게 책정된 것도 경제성에 대한 의문을 불렀다. 이는 상하이~항저우 항공요금의 75%에 해당한다.
현지 언론들은 애초 올해 말까지 철로 주변 주민들의 이주가 완료될 예정이었으나, 현재 대부분의 이주 작업이 중단됐다고 전했다. <신화통신>은 “자기부상열차 건설 사업을 포기할 경우 건설비가 절반 정도에 불과하지만 속도는 별반 차이가 없는 고속철도로 대체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2002년 12월 상하이 시내와 푸둥공항 사이의 30㎞를 잇는 자기부상열차를 개통한 바 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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