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회사채 발행 위축
‘서브 프라임’부실 파장 신용시장 전반 급속 확산
유럽·아시아 경제 위기감…이미 호주·독일 영향권
유럽·아시아 경제 위기감…이미 호주·독일 영향권
미국 금융시장의 신용 경색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촉발된 신용 경색 파장이 미국 경제뿐 아니라 아시아와 유럽 경제에까지 해를 끼칠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 확산되고 있다.
7일 경제정보 제공업체인 톰슨파이낸셜 집계를 보면, 지난달 미국의 투자적격 등급 회사채 발행액은 지난 6월의 1090억달러(약 100조5500억원)에서 72.1% 감소한 304억달러에 그쳤다. 고수익 정크본드 발행은 더욱 위축돼, 7월 발행액이 24억달러로 전달(224억달러)의 10분의 1에 가까운 수준으로 폭락했다.
미 재무부 채권과 회사채의 수익률 차이는 지난달 6월에 견줘 투자적격 등급이 30%, 정크본드가 42% 확대됐다. 1989년 6월 이후로 따져, 금융위기를 겪은 1998년 8월 말고는 가장 심한 변동폭이다. 투자 심리가 급속하게 얼어붙었다는 증거이자 회사들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얘기다. 6월 이후 미국 정크본드 시장 한 곳에서만 500억달러가 증발해 버렸다는 추산도 나왔다.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의 영향이 주식시장과 모기지 관련 채권에 끼치던 영향에 주목하던 눈길은 삽시간에 신용시장 전반에 퍼진 경색 분위기에 놀라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수천마일 떨어진 나비의 날갯짓이 폭풍을 일으킨다는 ‘나비효과’를 떠올리게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개인과 회사, 헤지펀드와 사모펀드가 모두 신용 경색의 직접적 영향권 아래에 놓이게 된 것이다.
미국 10위의 모기지 업체였던 아메리칸홈이 6일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해 우려를 더했다. 아메리칸홈은 파산보호를 신청한 50여개의 모기지업체 가운데 지난 4월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청산에 들어간 뉴센트리파이낸셜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특히 이 업체는 비우량(서브프라임)과 우량(프라임) 사이의 ‘알트에이’ 모기지를 전문으로 해왔다는 점에서 주택금융 부실이 확산일로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 업체의 조사 결과로는, 5월 중순 6.5%이던 미국 모기지업체들의 30년 고정금리 상품 이자율은 6일 7.34%까지 올랐다. 모기지업체들의 상품 판매 중단도 속출해, 개인들은 집 장만이 더욱 어려워지고 집값 하락세는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신용시장 위기감은 오스트레일리아를 거쳐 독일에도 상륙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매쿼리은행 등이 운용하는 헤지펀드에 큰 손실이 예상되는 가운데, 2억1900만달러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는 독일의 한 자산운용사는 불안해진 고객들의 인출 요구가 쇄도하자 6일 인출 중단을 발표했다. 지난주에도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의 영향권에 든 독일 펀드 두 곳이 인출 중단을 선언했다. 〈블룸버그통신〉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은 10년 전에는 아시아의 금융위기가 세계경제를 위험에 빠트렸지만, 이제 미국의 문제가 아시아 경제에 위기감을 불어넣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책 당국은 아직 단순한 조정일 뿐이라는 입장을 지키고 있다.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은 지난주 “미국 경제는 건강하며, 내 판단에 우리가 지금 지켜보는 것은 위험의 재평가 과정”이라고 말했다.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 총재도 “냉정해야 한다”며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려 애쓰고 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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