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 ‘위키피디아’ 악의적 정보조작
이란 대통령 프로필에 ‘와하하하’ 비웃음 잔뜩
이라크전쟁 미화 사실도…IP 확인결과 드러나
이라크전쟁 미화 사실도…IP 확인결과 드러나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가며 누구나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 대한 미국 정보당국이나 대기업 등의 ‘악의적 왜곡’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관계자들은 핵개발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미국과 긴장이 증폭되고 있는 이란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 프로필에 ‘와하하하’라고 비웃는 감탄사를 잔뜩 달았다. 또 중앙정보국 국장을 지낸 포터 고스의 프로필에는 그가 여성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만큼 유명하고 뛰어나다는 글을 올렸다. 그런가 하면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미화하고, 로널드 레이건과 리처드 닉슨 등 공화당 출신 전직 대통령을 칭찬하는 글도 실었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16일 보도했다. 미국 공화당 쪽은 조지 부시 대통령이 앞장선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한 위키피디아의 설명에서 ‘미국 주도 점령’을 ‘미국 주도 해방’이라고 바꿨다.
이런 사실은 위키피디아가 이름을 밝히지 않은 네티즌의 아이피(IP)를 확인할 수 있는 ‘위키피디아 스캐너’란 프로그램을 13일부터 도입하면서 드러났다. 힘있는 기관이나 단체, 기업들이 위키피디아의 내용을 멋대로 왜곡하고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은 삭제해온 행태들이 들통난 것이다.
이런 행태는 월마트나 다이볼드 같은 대기업들에서도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마트 쪽은 애초 ‘다른 소매업보다 임금이 20% 적다’라고 돼 있는 위키피디아의 자사 관련 대목을 ‘급여가 최저 임금의 2배’라고 고쳤다. 또 ‘지역 공동체를 위축시켰다’는 비판을 ‘지역 일자리를 늘렸다’는 찬사로 바꿨다. 월마트에 부정적인 내용을 긍정 일색으로 뒤바꿔놓은 것이다.
다이볼드는 지난 4년 동안 미국 37개 주정부에 전자투표 시스템을 제공한, 세계에서 가장 큰 전자투·개표기 제조업체다. 2005년 10월 다이볼드 사내 컴퓨터를 사용한 네티즌은 다이볼드 최고경영자 월리 오델이 조지 부시 대통령의 선거자금 모금 책임자라는 내용을 삭제했다.
‘개인적 관점을 배제한 중립적 관점’을 편집 원칙으로 내세운 위키피디아의 신뢰를 해치는 최대의 적이 이해 당사자들의 왜곡과 개입이다. 위키피디아 설립자인 지미 월레스는 <에이피>(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사례는 믿기 어렵다”며 “위키피디아에 참여한 편집진을 강하게 믿는다”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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