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감사보고서 논란 증폭
“중앙정보국(CIA)은 2001년 9·11 동시테러 전 용의자 2명이 미국에 잠입했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서도 연방수사국(FBI)에 알리지 않았다. 국가안보국(NSA)은 알카에다에 대한 감청자료 원본을 보여 달라는 중앙정보국의 요청을 오랫동안 거부했다.”
9·11테러를 막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아온 중앙정보국의 자체 감사보고서에는 미국 정보기관들의 관료주의와 무능력, 기관간 알력이 잘 드러나 있다. 미국 언론들은 수백페이지에 이르는 이 보고서의 19쪽짜리 요약본이 21일 공개되면서 다시 책임 논란이 달아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2005년에 작성되고 의회의 입법에 따라 이날 공개된 보고서 요약본은 중앙정보국이 2001년 봄과 여름에 걸쳐 “(9·11테러 방지를 위한) 중요한 절차를 이행하고 결정적 정보를 배분·분석하는 데 실패했다”고 결론내렸다. 특히 존 헬거슨 감사관은 9·11테러의 비행기 납치범들로, 요시찰 대상이던 나와프 알하즈미와 칼미드 알미드하르가 2000년에 말레이시아에 입국한 사실을 중앙정보국이 국무부에 알리지 않은 사실을 밝혀냈다. 이후 둘이 미국에 잠입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50~60명이 알았지만 연방수사국에 추적을 요청하지 않는 치명적인 잘못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헬거슨 감사관은 조지 테닛 당시 국장에게 이런 구조적 난맥상의 책임이 있다고 못박았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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