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
일부 전문가들 “주택시장 거품이 사태 본질”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파문에 따른 경기침체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기준금리 인하라는 ‘전가의 보도’를 빼들 것으로 보이지만,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3일 보도했다.
지난 주말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모인 연례포럼에서 “행동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며 이달 18일 기준금리 인하를 강하게 시사하자, 금융가를 중심으로 자산가격을 안정시키고 금융시장의 신뢰를 회복시킬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과거 금융위기 때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이 기준금리를 재빨리 내려 증시 등을 떠받친 데서 유래한 ‘그린스펀 풋’ 효과가 이번에도 기대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 가운데서도 주택시장 거품이 구조적 원인인 이번 사태가 기준금리 인하로 진정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만만찮다. 뛰는 집값만 믿고 투자한 이들이 주택가격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대출이자가 조금 줄어든다고 해서 구제되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지난 3년간 연준의 단기 기준금리와 장기금리, 모기지금리는 함께 움직이지 않아, 기준금리 인하가 연쇄적인 금리인하 효과를 낼지도 미지수라는 지적도 있다. 캘리포니아대의 에드워드 리머 교수는 “연준의 소폭 금리 인하로는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앞으로 6주 동안 지난달보다 5배 이상 많은 신용카드 대금, 자동차 할부금, 사업자금 등 1조달러(약 939조원)의 채무 만기가 돌아와 은행권 부실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3일 미국의 2/4분기 주택 가격이 작년 동기 대비 3.2%나 떨어진 것은 제2차대전 이후 최대 폭락이라며, 내년에도 하락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집값이 이렇게 폭락한 근본 원인은 주택경기 호황이 너무 오래 지속된데다 너무 빨리 경기의 최고 정점에 도달해 더이상 이 가격을 유지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시장 조사업체인 글로벌 인사이트의 이코노미스트인 나이겔 골트는 “현재 주택시장의 문제는 이자율이 아니라 이례적으로 높은 주택 가격”이라고 지적했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1년 전에 주택경기가 침체의 바닥에 도달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주택경기가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을 수정하고 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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