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4년만에 일자리 감소 파장
‘서브프라임 사태’ 실물경기 파급 촉각…그린스펀 “지금은 두려움의 시기”
미국의 일자리가 2003년 8월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서브프라임 사태’가 금융시장을 넘어 실물경제에까지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8일(현지시각) “4년여 만에 경제에 관한 우려가 이라크전에 필적할 최대 이슈가 됐다”고 보도했다.
미 노동부는 지난 8월 비농업 분야의 일자리가 건설업·제조업·운수업·공공부문을 중심으로 7월에 비해 4천개 줄었다고 7일 발표했다. 일자리가 11만개 늘어날 것이라던 월가의 전망이 크게 빗나간 것이다.
노동부는 또 이전에 발표한 7월 일자리 증가 수를 9만2천개에서 6만8천개로, 6월은 12만6천개에서 6만9천개로 수정했다. 이로써 1~5월 일자리 증가 수는 월 평균 14만7천개인 데 비해, 6~8월은 월 평균 4만4천개에 그쳤다. 이 여파로 이날 뉴욕 증시에서는 다우지수(-1.87%)와 나스닥지수(-1.86%)가 급락했다.
이처럼 일자리가 줄어들자, ‘올 것이 왔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주택 경기 침체의 영향이 실물경제로 번지고 있는 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지난 몇달간 서브프라임 사태에도 불구하고 낮은 실업률과 임금 상승은 경기 전망을 밝게 했다. 그러나 고용 사정의 악화는 소비를 위축시켜 경제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노동시장의 침체가 앞으로 일어날 일들의 전조라면, 심각한 경기 둔화를 피하기에는 늦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일부에서는 일자리 감소가 통계가 발표되자,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RB)의 기준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이제 관심은 기준금리 인하 여부가 아니라 인하 폭이 0.25%포인트냐 아니면 0.5%포인트냐는 것이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도 이날 “지금 상황이 1987년과 1998년 금융위기 때와 비슷하다”고 밝혀, 당시 자신이 했던 것처럼 급격한 금리 인하를 주문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도취감은 경기 확장을, 두려움은 수축을 야기한다”며 “지금은 두려움의 시기”라고 말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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