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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스페인 ‘과거청산’ 보수층 반발 진통

등록 2007-10-10 19:50

집권사회당, 프랑코 독재 희생자 명예회복법 추진
국민당 “과거 재론않기로 한 협약 파기” 격렬 반대
스페인이 ‘청산되지 못한 과거’를 둘러싸고 최근 갈등의 소용돌이에 빠졌다. ‘어떤 식으로든 과거는 거론하지 말자’는 쪽과 ‘명예만이라도 회복해야 한다’는 쪽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총리가 이끄는 사회당은 스페인 내전(1936~39년)과 40여년에 걸친 프랑코 독재 시절 희생자의 명예회복을 뼈대로 한 ‘역사적 기억에 관한 법률’을 이달 말 의회 표결에 부치기로 했다. 사회당은 몇개월의 협의 끝에 지난 8일 소수 정당들과 법안 통과에 합의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법안은 △50여만명의 내전·독재 희생자 명예회복 △집단 매장지 발굴 지원 △독재시기 정치사건들의 판결 무효화를 담았다.

프랑코 독재 시절 지배층의 명맥을 잇는 제1야당 국민당은 격렬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사회당의 시도는 과거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한 1978년의 ‘침묵 협약’을 깨는 것이라는 게 국민당의 주장이다. 마리아노 라조이 당수는 “국민 대다수는 공화파나 프랑코를 얘기하고 싶어하지 않고, (과거를 재론하는 게) 누구한테도 도움되지 않는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에 사회당은 처벌 규정이 없는 법안에 보수층이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고 반박하고 있다.

보수 야당이 ‘과거청산 절대 불가’의 근거로 드는 ‘침묵 협약’은 종신 총통으로 군림하던 프랑코의 사망 3년 뒤 정치세력들 사이에 체결됐다. 내전과 독재시기 군과 공권력의 범죄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게 주내용이다. 망각을 강요한 이 협약은 프랑코 사후 30년이 지나도록 과거청산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희생자 가족들은 주검을 찾거나 피해를 호소하기를 주저해왔다. 비슷한 시기에 파시즘과 군사독재를 경험하고 과거청산에 나섰던 독일이나 남미와는 대조적이다.

그러나 사파테로 총리는 2004년 취임 직후 내전 희생자들한테 경의를 표한다고 밝히고,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하며 과거청산 의지를 드러냈다. ‘역사적 기억에 관한 법률’을 직접 발의한 그의 할아버지는 제2공화국 장교로 복무하다 1936년 프랑코가 이끄는 반란군한테 처형당했다. 지난 총선에서 사파테로 총리한테 자리를 내준 국민당의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전 총리의 할아버지는 프랑코의 친구였다.

한 라디오방송의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8%가 ‘역사적 기억에 관한 법률’에 찬성했고, 반대는 28%에 그쳤다. 그렇지만 이 법안이 사회적 불화를 조장할 것이라는 응답도 40%나 돼, 과거의 상처를 건드리는 데 대한 불안감이 여전함을 보여줬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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