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보다 사망자 많아 2005년 1만8650명
항생제 내성 감염 확산…“빙산 일각” 지적도
항생제 내성 감염 확산…“빙산 일각” 지적도
미국에서 항생제에 내성을 발휘하는 ‘수퍼 박테리아’로 인한 사망자가 에이즈보다 많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미국의학협회지〉에 실린 질병통제예방센터의 실태 조사 논문에서, ‘수퍼 박테리아’로 불리는 ‘메티실린 내성 황색 포도구균’ 감염 사망자가 2005년 1만865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고 미국 언론들이 17일 보도했다. 연구진은 또 이 해에 10만명당 31.8명꼴인 9만4360명이 심각한 감염을 겪었다고 밝혔다. 같은 해 미국의 에이즈 관련 사망자는 1만2500명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수퍼 박테리아’에 대한 가장 광범위한 연구인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의학계와 보건 당국에서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질병통제예방센터의 결론은 기존 연구들보다 사망자 수를 2~3배 늘려잡았기 때문이다.
로스앤젤레스 보건국의 엘리자베스 뱅크로프트는 “이번 연구 결과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질병통제예방센터의 조사가 심각한 감염 사례만을 다뤘다는 점을 지적했다.
흑인과 남성, 노인과 어린이를 주로 표적으로 삼는 메티실린 내성 황색 포도구균은 이번 조사에서 85%가 병원을 비롯한 치료기관에서 감염이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상적 접촉만으로 감염이 될 수 있는 이 균은 폐렴이나 생명을 앗을 정도의 합병증으로 악명이 높다. 의학자들은 지나친 항생제 사용이 생태계에 공백을 만들어 항생제가 듣지 않는 이 균을 창궐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15일 메티실린 내성 황색 포도구균에 감염된 10대가 숨지자, 버지니아주는 그가 살던 지역의 학교 21곳에 휴교령을 내리고 긴급 방역작업에 들어갔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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