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르 카드르
변호인 “국제조약 위반” 주장
15살 때 미군 병사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 관타나모수용소 수감자의 예심이 열려 소년병 처벌을 둘러싼 논란이 달아오르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캐나다 국적자로 관타나모수용소 최연소 수감자 기록을 세운 오마르 카드르(21)에 대한 군사법원의 심문이 4일 열려, 군검찰과 변호인단이 공방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카드르는 15살이던 2002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특수부대에 수류탄을 던져 1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다.
재판에서 변호인단은 소년병을 성인 적전투원과 구분하지 않고 처벌하려는 것은 국제조약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카드르의 변호인인 해군 소령 윌리엄 쿠블러는 “그는 알카에다 구성원이 아니라 알카에다의 희생양”이라며 “카드르에게 사법권을 행사한다면, 그 군판사는 서구 역사상 최초로 소년이 저질렀다고 주장되는 전쟁범죄를 다루는 게 된다”고 말했다. 민간 변호인인 레베카 스나이더는 전투에서 붙잡힌 카드르를 전쟁포로로 다루지 않고 전쟁범죄자 취급하는 것도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5년 넘게 관타나모수용소에 수감된 카드르를 둘러싼 논란은 그의 성장배경으로도 초점이 모아진다. 이집트계 이민자인 아버지를 따라 1997년 아프가니스탄으로 간 카드르는 지하드(성전)를 수행하는 사람들과 지내며 군사훈련도 받았다. 2003년 파키스탄에서 살해당한 그의 아버지는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의 측근으로 알려졌다. 변호인단은 카드르의 행동이 독자적인 사고와 판단에 따른 게 아니라고 항변한다. 앰네스티를 비롯한 국제 인권단체들도 그를 캐나다로 돌려보내거나, 민간 소년법원에서 사건을 다루자고 주장하고 있다. 카드르는 군사법정에서 유죄가 인정되면 종신형에 처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군검찰은 알카에다와 관련된 사람은 누구든 처벌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카드르에 대한 기소는 지난해 그가 ‘적전투원’이냐 ‘불법적 적전투원’이냐는 법리 다툼 때문에 기각됐다가 지난해 말 재판이 재개되는 곡절을 겪기도 했다.
카드르는 2002년 7월 무장세력의 은신처를 공습하고 수색에 나선 미군 병사에게 수류탄을 던져 1명을 사살하고, 알카에다의 활동을 도운 혐의로 기소됐다. 체포 당시 가슴에 총을 맞고 신음하던 그는 미군한테 “죽여달라”고 호소했지만, 군병원으로 후송됐다가 수용소로 보내졌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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