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편지’ 불공정 거론하며 문턱 더 높여
회기 고려땐 다음달이 사실상 마지막 기한
회기 고려땐 다음달이 사실상 마지막 기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의 편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안의 연내 미 의회 통과가 정치적으로나 시간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오바마는 기존의 반대 의사 표명에서 한발 더나가 협정이 흠결이 큰 것으로, 그리고 한국을 불공정무역 관행국으로 규정함으로써 비준의 ‘문턱’을 한층 높였다.
게다가 지난 4월 부시 행정부가 콜롬비아 자유무역협정 이행법안을 전격적으로 의회에 제출한 이후 행정부와 의회 사이에 형성된 대치 국면은 전혀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스탠리 호이어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연말 선거 때문에 9월27일 의회 회기를 마칠 예정이며, 연말 레임덕 회기를 가질 계획이 없다고 공언해 협정 비준안의 연말 타결 가능성을 없앴다. 비준안 통과를 위해선 형식적으로 90일의 회기가 필요한데, 심의가 가능한 날은 64일에 불과하다. 사실상 자유무역협정 연내 비준은 물건너간 셈이다.
그러나 미국의 이런 상황과는 별개로, 국내 정치권에선 ‘오바마의 편지’를 놓고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한나라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반대한다는 오바마의 공개적인 발언이 오히려 비준 동의안을 서둘러 통과시켜야 할 명분을 제공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임 원내대표인 홍준표 의원은 25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한국에 엄청 유리한 협정이라고 미국이 불만을 터뜨린 것 아니냐. 그렇다면 우리가 빨리 이번 임시국회 회기 중에 처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 국회가 먼저 비준동의안을 처리하면, 오바마가 당선 뒤 재협상을 요구한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될 것이라는 낙관론도 펼친다.
반면 통합민주당은 오바마의 발언이 “미국 의회의 비준 상황을 봐가며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해온 당의 기조를 뒷받침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기 비준론자인 송영길 의원은 “비준의 걸림돌이었던 쇠고기 시장을 내주고도 미국의 비준을 이끌지 못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의 책임”이라며 “우리 국회의 조기 비준이 미국 의회를 압박하는 수단이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송 의원은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비준을 먼저 해버리면, 나중에 미국은 자동차 부문을 재협상하자고 할 가능성이 높다”며 “오히려 유럽연합(EU)과의 에프티에이를 서두르는 것이 미국 의회를 압박하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각도는 달리하지만,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오바마의 발언으로 이명박 정부의 통상·외교 정책이 다시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서울 지역의 한 의원은 “어차피 미국 쪽에선 해줄 생각도 없는 자유무역협정을 서두르느라 쇠고기협상을 졸속으로 처리했다는 비판론이 또다시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이유주현 김태규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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