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25일 국회 앞마당에서 열린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에 카우보이 모자를 쓴 채 참석한 앤디 그로세타 미국 축산협회 회장. 청와대사진기자단
미 축산협회장, 쇠고기 협상 뒷얘기 밝혀
“한국서 큰 승리…이 대통령 매우 신뢰”
‘독소 조항’ 막아낼 수도 있었음을 시사
“한국서 큰 승리…이 대통령 매우 신뢰”
‘독소 조항’ 막아낼 수도 있었음을 시사
미국 축산협회(NCBA) 앤디 그로세타 회장이 최근 “미국 축산인들이 한국에서 큰 승자가 됐다”며 “축산협회의 집요함이 (쇠고기) 무역에서 커다란 승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한-미 쇠고기 협상에서 미국 쪽이 20개월 미만의 쇠고기만 수출할 의도도 있었으나 완전 개방을 이뤘다고 밝혀, 한국 쪽의 대응에 따라 협상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로세타 회장은 지난달 28일 미국 축산협회 홈페이지(beefusa.org)에 “이른바 통념(conventional wisdom)에 따라 양보하고, 덜 유리한 무역 조건으로 한국과 합의하고 싶은 유혹도 확실히 있었다”며 “그러나 결국 우리는 공정 무역의 원리와 건전한 과학을 고수하면서, (쇠고기 시장의) 완전 개방을 다시 얻어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뼈 없는 쇠고기만 (수출에) 동의해야만 하는 것 아닌가, 우리는 20개월 미만의 쇠고기만 동의해야만 하는 것 아닌가, 광우병 전수검수가 우리를 한국 시장에 복귀시키는 ‘마법의 탄환’이 되어야 하는가”라고 자문하며, 이렇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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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미국 쪽도 △뼈 없는 쇠고기와 △20개월 미만의 쇠고기만의 수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전수검사를 ‘통념’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러한 사항들을 애초 한-미 쇠고기 협상에서 양보할 수도 있었음을 시사한 것이다. 즉 현재 한-미 쇠고기 협상에서 타결한 수입 위생조건의 대표적 독소조항으로 거론되는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뼈를 비롯한 각종 부산물 수입 등은 한국 쪽의 협상 의지에 따라 막아낼 수 있었음을 뜻한다.
애리조나주 코튼우드의 목장주이기도 한 그는 “부시 행정부와 의회의 주요 구성원들이 그들의 무기를 고수해 우리를 결승선에 이르게 했다”며 “우리는 그들에게 큰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또 쇠고기 협상을 둘러싼 논란으로 한국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 고시가 연기된 것과 관련해 “(고시가) 지연된 건 매우 실망스럽다”면서도 “나는 한국이 미국산 쇠고기를 다시 수입할 것이라는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대단히 신뢰하고 있다”고 축산협회 발행 주간 보고서에서 22일 밝혔다. 지난 2월 이명박 대통령 취임 미국 축하사절단 일원이었던 그는 “이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한국을 방문하는 특권을 가졌다”며 “수백만 한국 소비자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얼마나 소중히 생각하고 있는지 볼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1898년 설립된 축산협회는 미국 축산업을 대표하는 가장 큰 조직으로, 축산업자들의 이익을 증진하기 위해 공공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최근 미국 축산협회 그레그 더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국과의 자유무역 협정’에 대한 분석 보고서에서 “한국에서 잠재적으로 최소 10억달러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며 “한국이 미국산 쇠고기의 최대 고객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2003년 한국에 8억1500만달러 상당의 쇠고기를 수출했으나, 지난해 한국의 수입 중단 조처로 1억1900만달러어치를 수출하는 데 그쳤다. 미국은 2007년 기준으로 세계 108개국에 20억3100만달러어치의 쇠고기를 수출했다.
류이근 김수헌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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