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 변경·비밀 증언 등 지적
미국 군사법원의 배심원단이 ‘테러 지원’ 등의 혐의로 기소된 오사마 빈라덴의 전 운전사 살림 함단(40)에게 6일 ‘유죄’ 평결을 내렸다. 이번 재판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첫 전범재판이자, 9·11 이후 이른바 ‘테러리스트’에 대한 첫 사법 처분이란 점에서 관심을 끌어왔다.
쿠바 관타나모의 미 해군기지 군사법원에서 열린 이날 평결에서 미 국방부가 지명한 6명의 배심원들은 함단에 대한 두 가지 기소 내용 중 ‘테러 지원’ 혐의를 인정해 유죄 평결을 내렸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배심원단은 그러나 훨씬 심각한 혐의인 ‘테러 음모’에 대해선 무죄를 결정했다.
함단은 1996년부터 아프가니스탄에서 오사마 빈라덴의 운전사로 5년 가량 일하다 2001년 미국의 아프간 침공 때 붙잡혔으며, 이듬해 개설된 관타나모 기지로 이감돼 7년째 수감돼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르면 7일 열릴 것으로 보이는 선고공판에서 함단은 석방에서부터 길게는 종신형까지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토니 프래토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함단이 공정한 재판을 받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재판은 애초부터 숱한 공정성과 적법성 시비에 휩싸인데다, 무리하고 파행적인 방법으로 강행된 탓에 논란이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함단의 변호인단은 “불공정한 재판 절차로 피고의 권리가 무시됐으며, 미 국방부가 2006년 미국 대법원의 위헌 결정 이후 변칙적 입법으로 재판을 서둘렀다”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평결은 워싱턴 특별군사법정으로 자동 항소되며, 이후 미국 내 민간법정 항소도 가능하다.
<에이피>(AP) 통신은 7일 “이번 유죄 평결은 기소 내용 변경, 비밀 증언, 신속한 결론 등으로 다른 수감자들의 재판에도 어떤 암시를 준다”고 지적했다. 국제사면위원회는 “이번 재판은 근본적 결함이 있다”며, 관타나모 수감자들의 군사재판 중단을 촉구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