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이 7천억달러의 구제금융안을 부결시킨 29일 미국 다우지수가 102년 역사상 최대인 7% 폭락했다. 이날 증시가 폐장한 뒤 뉴욕증권거래소의 한 중개인이 피곤한 듯 눈을 문지르고 있다. 뉴욕/ AP 연합
통과 예상한 구제금융안 미 의회서 부결 ‘충격’
미국 등 8개국, 달러 유동성 긴급확대 나서
원-달러 환율 한때 1230원까지 치솟다 ‘진정
미국 등 8개국, 달러 유동성 긴급확대 나서
원-달러 환율 한때 1230원까지 치솟다 ‘진정
미국 의회의 구제금융 법안 부결이 미국 증시의 역사적인 대폭락을 불러일으켰다. 전세계 금융시장은 충격과 공포의 하루를 보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로 급속하게 퍼지면서 유럽 은행들도 잇따라 구제금융 상태에 빠졌고, 미국 등 주요8국(G8)은 긴급 유동성 공급에 나섰다. 한국 정부도 관계장관 긴급회의를 열어 공매도 전면 금지 등의 대책을 내놨다.
미국 하원은 지난 29일(현지시각) 정부가 금융위기 해법으로 내놓은 7천억달러 구제금융 법안을 부결시켰다. 이날 미국 증시는 777.68(7%)이나 폭락했다. 2001년 9·11 당시의 지수 하락치 684보다 심각한, 미국 증시 역사상 최대 폭락이다. <블룸버그 뉴스>는 이날 미국 증시에서 1조2천억달러가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일본(-4.12%), 대만(-3.54%) 등 아시아 증시도 참담했다. 경기 후퇴와 수요 감소 우려로 국제유가는 10달러 넘게 폭락하고, 안전 자산을 찾는 심리 속에서 금값은 급등했다. 미국 증시는 30일 낮 12시 현재 다우지수가 전날보다 2.59%, 268.65가 오르는 반등세를 보였다.
세계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이 심각해지면서, 세계 중앙은행들은 달러 유동성 공급 확대에 총력전을 벌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는 29일 유럽중앙은행(ECB), 캐나다·영국·일본 등 7개 중앙은행들과 공조해 일시적 통화 교환예치(중앙은행간 통화스와프) 한도를 기존 2900억달러에서 3300억달러를 더 늘려 6200억달러로 확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유럽에서도 독일이 29일 자국의 2위 부동산 금융지주회사 하이포리얼이스테이트에 350억유로 상당의 대출 지급보증에 나서는 등 유럽 정부들도 자국 부실은행들에 대한 긴급구제와 국유화 조처 등을 발표하며 바쁜 하루를 보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30일 미국발 금융위기 해결을 위한 긴급 정상회담을 제의했다.
국내 시장도 직격탄을 맞으며 깊은 위기로 빠져들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30일 시장이 개장하자마자 1200원으로 급등했고 오전 한때 1230원까지 치솟으며, 전날보다 18.2원 오른 1207원에 마감됐다. 8월 경상수지가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는 소식도 환율 상승을 부추겼다. 1207원은 2003년 5월29일 1207원 이후 5년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코스피지수도 개장과 함께 폭락해 1376.72까지 하락했으나 장 후반에 낙폭을 줄여 8.3(0.57%) 하락한 1448.06에 마감됐다.
미국 하원의 구제금융 법안 부결로 부시 행정부는 ‘레임덕’을 넘어 ‘브로큰 덕’ 상태에 빠지는 등 금융위기에 대처하는 지도력이 사실상 실종된 상태다. 상원은 오는 2일 본회의를 열어 구제금융 법안 통과를 시도할 예정이다.
법안이 통과된다 해도 금융위기는 이미 세계로 확산됐고 실물경제(메인 스트리트)도 흔들리고 있다. 더블유티아르지(WTRG) 이코노믹스의 제임스 윌리엄스도 <마켓 워치>에 “구제금융안이 금융부문의 붕괴를 막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경기침체를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전문가 마크 파버는 미국 금융위기 해결을 위해서는 5조달러의 구제금융이 필요하다며, 7천억달러 구제금융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분석한다.
박민희 기자, 정남기 선임기자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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