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논객들 방문수 급증
“신용 흐름과 거시 경제의 관계에 대한 최근 논의와 대공황에 대해 벤 버냉키(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마크 토마 오리건대 경제학과 교수가 30일 이런 질문을 던지면서 관련된 버냉키 의장의 1983년 논문과 2007년 연설문을 발췌해 싣자, 저마다 경제적 식견을 자랑하는 ‘논객’들의 깊이 있는 분석들이 댓글로 달렸다.
토마 교수가 운용하는 블로그 ‘이코노미스츠 뷰’(Economist’s View)의 하루 방문자 수는 지난 몇 주 새 최고 2배까지 늘었다. 댓글 등을 보면 1만5천~2만명의 방문자들 가운데 언론, 정부, 기관 인사들이 수두룩해 보인다. 토마 교수는 미국 <피비에스>(PBS) 방송의 온라인 매체 ‘미디어시프트’ 인터뷰에서 “2004년 대선에서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전문가들의 화려한 레토릭(수사)이 답답했다”며 경제 전문 블로그 운영 계기를 돌이켰다.
이코노미스츠 뷰 이외에도, ‘브래드 들롱스 블로그’나 ‘비지노믹스’(Businomics), ‘계산된 위험’(Calculated Risks), ‘한계혁명’(Marginal Revolution) 등 경제 전문 블로그에는 최근 방문자 수가 ‘폭등’하고 있다. 운영자들 가운데는 지난 몇 년 동안 전문적으로 복잡한 경제 문제를 학술적으로, 또 실무적으로 깊이 있게 다루며 신뢰를 쌓아온 이들이 많다. 그 ‘내공’이 최근 세계적 금융위기와 각국 정부의 구제금융 등 급변하는 경제 환경 속에서 빛을 보고 있다.
대조적으로, 전문가나 정부 당국의 ‘코멘트’에 치중한 주류 매체들은 이들 블로거에 견줘 전문성이 많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미국의 언론 전문지 <컬럼비아 저널리즘 리뷰>는 위기가 닥치기 전에 경제 전문매체와 경제 기자들에게서 적절한 경고가 나오지 않았다며, 기자들의 전문성 부족을 비판했다. 이 잡지는 “지금 월가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언론의 관점에서 본다면, 시청 출입기자가 아침에 출근하면서 시장이 수갑을 차고 호송되는 것을 본 것에 비유할 만한 사건이다. 데스크에 뭐라고 보고할 건가”라고 물었다. 또 월가는 경제 기자들이 가장 잘 이해해야 하는 곳이며, 경제 매체들로서는 ‘존재 이유’인데도 철저한 조사와 적절한 분석을 보기 힘들었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는 특히 월가가 ‘잘 나가던’ 시절, 권위 있다고 자처하는 보도를 내놨던 매체들이 위기의 원인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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