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의견 꺼리는 집단순응 사고가 원인” 분석 눈길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각 대학의 ‘경제 전문가’들은 주택거품과 세계적 경제위기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걸까? 알고도 입을 다물었다면, 이유는?
미국 예일대의 금융경제학 교수인 로버트 쉴러는 2일 <뉴욕 타임스> 기고에서 사회심리학과 행동경제학 이론을 동원해 ‘전문가’들의 이기심과 소심함을 질타했다. 쉴러 교수는 “전문가 집단의 구성원들은 늘 자신들의 개인적 이해관계와 영향력을 더 걱정하며, 통설에서 너무 멀리 벗어날 경우 중요 역할에서 배제될 것을 두려워한다”는 심리학자 어빙 재니스의 주장을 인용했다.
이런 ‘집단순응 사고’는 연준 이사회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2004년 당시 연준 이코노미스트인 조슈아 갤린은 보고서에서 “지금의 저금리는 주택거품의 신호로 평가될 여지가 있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그의 보고서는 이견이 많아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연준의 공식 보고서로 최종 승인되지 않았다. 앨런 그린스펀 연준 전 의장은 최근 하원 청문회에서 시장의 자율규제를 믿는 ‘실수’를 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자신은 금융위기가 진행중이란 사실을 몰랐으며, 나아가 연준의 컴퓨터 분석 모델과 전문가들이 지금의 금융위기를 단순히 ‘예보하지 않았을 뿐’이라고도 했다.
쉴러 교수는 그 자신 역시 1990~2004년 뉴욕의 연방준비은행 경제자문위원 시절에 증시와 주택시장의 거품을 정중하게 조언하면서도, ‘튀는 관점’을 제시하는 데 대한 공격 위협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그는 2005년 저서 <이상 과열>에서 “주택시장 및 증시 거품으로 개인파산이 급증하면서 금융기관의 연쇄부도와 세계적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을 때에도, ‘근거 없는 기우’라는 비판이 나올 것을 우려했으며 실제로 그런 비판이 나왔다고 했다.
쉴러 교수는 주류 경제학자들이 늘 거품을 ‘과대평가 됐다’거나 ‘부차적’으로 치부하는 이유는, 그들이 경제학의 기교적이고 수학적인 분석틀에만 매료돼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경제분석가들의 전문가적 재능과 지위에 대한 평가도 시장의 거품에 눈감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모두는 ‘고상한 사람’ ‘고상한 생각’과 어울리고 싶어하며, 투기적 거품이나 그에 대한 연구는 ‘고상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돼왔다”는 것이다. 그는 “그린스펀 전 의장조차도 사회심리학에 특출난 통찰력을 갖지 않는 한, 자기 주변의 ‘전문가’들이 똑같은 덫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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