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보수 “당 수습능력 유일” 연일 페일린 비판
세라 페일린의 종착역은 어디인가?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나섰던 페일린이 큰 인기를 모은 ‘백인 오프라 윈프리’에 머물 것인지, 상원의원 혹은 더 나아가 2012년 대선후보까지 나설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커가고 있다고 <타임> 최신호가 전했다. 특히 선거 참패 뒤 리더십 부재와 정체성의 혼돈을 겪고 있는 공화당 내에서 깊어가는 논쟁의 중심에 페일린이 서 있다.
8일 페일린은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후보의 측근들이 유포한 자신에 대한 루머들이 ‘비열하다’며 반격에 나섰다. 아프리카를 ‘대륙’이 아닌 ‘나라’로 알고 있었다거나,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에 참여한 세 나라가 어디인지조차 몰랐다는 등 자신에 대한 공격을 의식한 발언이다. 그는 ‘선거 기간 동안 15만달러가 넘는 고가 의상을 구입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이처럼 중요한 시간에 옷가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라고 반발했다.
<가디언>은 페일린에 대한 공격의 이면에는 이데올로기적 다툼이 내재돼 있다고 분석했다. 공화당 일부에선 대중적 인기를 끌고 있는 페일린이 위기에 빠진 공화당의 재건을 돕는 보수파의 ‘얼굴’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다른 편에선 페일린과 ‘사회적 보수주의자’로 꼽히는 그의 지지자들의 무력함이 이번 선거를 통해 드러났다고 비난하고 있다.
페일린 지지층은 이미 그를 2012년 대권주자로 만들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보수 성향의 블로거 애덤 브리클리는 “페일린이 눈앞의 목표였던 공화당 부통령 후보가 되는 데는 성공했지만, 최종 목표는 아직 달성하지 못했다”며 차기 대선후보로 페일린을 거론했다. 페일린은 부통령 후보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정을 받았지만, 공화당 내 풀뿌리 조직들을 움직이고 선거자금을 모으는 데서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았다.
반면, 보수 주류들은 이번 대선에 출마한 온건 비주류인 존 매케인 후보보다는 더 정통적·보수적인 인사를 부각시키려 한다. 미국의 대표적 보수논객인 로버트 노박은 <워싱턴 포스트>에 쓴 칼럼에서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이 대선 패배 뒤 공화당 내부 논쟁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다”며 “당을 빠르게 회복시킬 만한 연륜과 힘을 갖고 있는 유일한 리더”라고 밝혔다. 노박은 “깅그리치가 (지나치게 공격적이고 오만하다는 평가를 받는) 결함을 갖고 있긴 하지만, 더 심각한 수준의 다른 후보(페일린)에 비해 낫다”고 강조한다.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은 1998년 르윈스키 스캔들을 이용해 클린턴 당시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다.
극우 성향의 라디오 진행자로 잘 알려진 러시 림보는 8일 방송을 통해 “(보수주의자들이) 전쟁을 선포해야 할 적이 두 군데 있다. 하나는 버락 오바마이고, 또 하나는 공화당”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공화당의 내분이 심각하단 뜻이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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