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정부 적극역할 강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44대)이 ‘부시 시대와의 결별’과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약속했다.
20일 정오(한국시각 21일 새벽 2시)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취임선서를 한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연설에서 부유층만을 위하는 시장의 독주가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기회를 줄 번영”을, 무력을 앞세운 일방주의가 아닌 대화와 협력의 외교를 통해 미국을 개조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경제위기,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을 언급하며 “우리가 직면한 도전 과제들은 실제 상황이며, 짧은 시간에 쉽게 극복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위기의 심각성을 경고하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할 수 있다”며 희망을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경제위기는 감독의 시선이 없으면 시장은 통제에서 벗어나게 되고, 부유한 자들만을 위한다면 국가는 장기간 번영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줬다. 이제 문제는 우리의 정부가 너무 크냐 작으냐가 아니라 제대로 작동하느냐”라며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선언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1980년 취임연설에서 “정부는 문제의 해법이 아니다”라고 선포했던 신자유주의 시대에 대한 고별선언이다.
외교 문제에서는 “미국의 힘은 힘을 신중하게 사용할 때 나온다”며 “다른 나라들과 더 많은 협력과 이해를 통해 안보위협을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핵문제 등에 대해서도 “오랜 친구와 과거의 적들과 함께 우리는 핵 위협을 감소시키고자 쉼없이 노력할 것”이라며 북한 핵문제도 대화·협력으로 풀겠다는 원칙을 분명히했다.
이날 금융위기가 다시 악화하고 있다는 우려 속에서 다우지수가 4% 급락하며 두 달 만에 8000선이 무너져, 오바마 신임 대통령이 헤쳐가야 할 도전이 만만찮음을 보여줬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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