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원지 주민 집단발병에도
보건당국 “계절감기” 일축
첫 사망자 가족 2주간 방치
보건당국 “계절감기” 일축
첫 사망자 가족 2주간 방치
돼지인플루엔자가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지만 왜 멕시코에서만 15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것일까?
유독 멕시코에서만 사망자가 크게 늘고 있다. 미국, 캐나다, 영국 등에선 감염환자가 확인됐지만, 대부분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이런 현상이 “가장 미스터리한 부분이다. 어떤 생물학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2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날 초기 사망자가 다른 바이러스에 감염됐거나, 방역 체계가 부실한 탓에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돼지인플루엔자가 발생 초기에는 강력했으나, 변종되면서 강도가 약해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멕시코 정부의 초기 대응 실패도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멕시코 보건당국은 지난 13일 동부 베라크루스주에서 첫 사망자가 나온 뒤에도 2주간 사망자의 가족에게 치료제를 처방하지 않았다. 대인간 접촉으로 확산되는 이번 돼지인플루엔자의 확산 차단에 결정적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20일 남편이 숨진 한 여성은 사망 원인이 돼지인플루엔자인지도 통보받지 못했다며, “남편이 쓰던 똑같은 침대에서 이불을 덮고 자고 있다”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멕시코에서 돼지인플루엔자는 이미 2개월 전에 최초로 발병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멕시코 보건당국은 이날 지난 2월 베라크루스주 페로테 지역의 4살배기 소년이 돼지인플루엔자로 치료를 받은 뒤 회복된 바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멕시코 당국은 이달 들어 미국 정부가 돼지인플루엔자 발병을 확인한 뒤에야, 이 소년에 대한 정밀검사를 의뢰했다. 페로테 지역에선 2월부터 전체 주민의 약 60%가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시위까지 벌어졌지만, 계절감기라는 보건당국의 답변만 돌아왔을 뿐이다.
문남권 한국외국어대 서반아어과 교수는 “멕시코는 관료들의 행정이 상당히 느리고, 공적 보건 시스템이 취약한 탓에 진료가 늦고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 평소에도 국민들의 불만이 높다”고 말했다. 호세 앙헬 코르도바 멕시코 보건장관은 “인력 부족으로 아직 치료제를 모두 나눠주지 못했고, 이런 종류의 전염병은 사상 최초”라며, 변종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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