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마누엘 셀라야 전 대통령, 로베르토 미첼레티 임시 대통령
코스타리카 대통령 각각 따로 만나
“복귀만을 원한다”-“쿠데타는 적법”
“복귀만을 원한다”-“쿠데타는 적법”
온두라스 쿠데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코스타리카 정부가 협상 테이블을 마련했지만, 온두라스의 두 대통령은 끝내 얼굴을 마주하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쿠데타로 쫓겨난 마누엘 셀라야 전 대통령(사진 왼쪽)과 쿠데타로 취임한 로베르토 미첼레티(오른쪽) 임시 대통령은 9일 코스타리카 산호세에서 중재자인 오스카르 아리아스 코스타리카 대통령과 각각 따로 만나 사태 해결에 대해 논의했다. 온두라스의 두 전현직 대통령이 직접 만나리라는 관측은 실현되지 않았다. 미첼레티 임시 대통령은 면담이 끝난 뒤 협상 실무진만 남겨놓고 온두라스로 돌아갔다.
처음부터 양쪽은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셀라야 전 대통령은 공항에서부터 “쿠데타를 일으킨 이들은 24시간 이내에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미첼레티 임시 대통령도 공항에서 “협상하러 온 것이 아니라 대화하러 온 것”이라며 셀라야 복귀를 협상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두 대통령은 아리아스 코스타리카 대통령과 면담에서 각자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셀라야는 아리아스 대통령에게 “복귀만을 원한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미첼레티 임시 대통령 역시 ‘셀라야 전 대통령 축출은 적법했다’는 이야기를 3시간 가까이 반복했다. 아리아스 대통령은 협상을 통해 중남미 지역분쟁을 완화시킨 공로로 1987년 노벨평화상까지 받은 중재의 베테랑이지만, 이번 일은 쉽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온두라스 정부가 셀라야 전 대통령 복귀를 받아들이는 대신, 셀라야 전 대통령은 헌법 개정 등 재선을 위한 모든 노력을 포기하는 쪽으로 타협을 볼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 온두라스 대법원은 지난 7일 “의회가 셀라야 전 대통령 사면을 승인한다면 그가 체포 걱정 없이 귀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협상이 잘 진행되면 협조할 의사를 간접적으로 밝혔다.
아리아스 대통령 대변인은 “양쪽이 서로 같은 장소에 모였다는 것 자체가 발전”이라며 “온두라스의 두 대통령은 만나지 않았지만, 양쪽 실무진은 서로 많은 의견을 나눴다”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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