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제재 중단 유화적 메시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 이후 미국의 대북 정책에 대한 전향적인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14일(현지시각)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제재 중단 조건과 관련해 “의무를 준수하고 대화에 참여하겠다는 정치적 약속이 있으면 된다”고 밝혔다. 크롤리 차관보는 ‘(미국이 요구하는) 구체적인 비핵화 조처를 북한이 모두 이행하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미국은 그동안 6자회담을 거부하며 북-미 직접대화를 원하는 북한에 대해 6자회담 복귀와 2005년 9·19 공동성명 비핵화 약속에 대한 구체적 조처 등을 요구해왔다. 크롤리 차관보의 말은 이 두 조건 중 ‘비핵화 구체적 조처’에 대해선 북한이 약속만 하면 이행 전이라도 제재 국면을 조금 풀 수 있다는 뜻으로 들린다.
지난달 18일 방한한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북한이 중대하고 불가역적인 조처를 취한다면 미국을 비롯한 관련국은 ‘포괄적 패키지’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이미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 방향성을 제시한 바 있다. ‘포괄적 패키지’에는 체제 보장, 북-미관계 정상화, 경제·에너지 지원 등이 포함된다.
제임스 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지난 9일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 결과를 전하면서 “북한은 미국과 ‘새롭고 더 나은 관계’를 원하고 있다”고 했다.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 대사도 6자회담 복귀를 전제로 하긴 했지만, “미국은 북한과의 직접대화를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북제재 국면은 이어지고 있다. 미국 대북제재 전담반의 한국, 일본, 싱가포르, 타이 등 아시아 국가 연쇄 방문, 그리고 지난 11일 재무부가 북한 조선광선은행을 금융제재 대상으로 추가 지정한 일 등이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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