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스톤 교구 교구장인 숀 오맬리 추기경이 29일 보스톤의 ‘우리들의 영원한 수호 성녀’ 성당에서 열린 에드워드 케네디 전 상원의원 장례미사에서 관 주위에 향을 피워 뿌리는 의식을 하고 있다. 보스톤/AP 연합
‘진보진영’ 수호자 역할…경기침체 상황서 상실감 커
지난 25일 타계한 에드워드 케네디 미국 상원의원에 대한 미국민들의 추모 열기가 뜨겁다.
29일 보스턴에서 열린 장례미사는 전날 저녁 추모식과 마찬가지로 <시엔엔>(CNN), <폭스뉴스> 등 주요 방송사들에 의해 전 과정이 생중계됐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그를 커버스토리로 다루면서 19쪽을 할애했다. 하루 5만여명의 추모객이 보스턴의 ‘존 에프 케네디 도서관’을 찾았고, 그의 관이 운구되는 길가에선 보스턴 시민들이 “케네디 고마워요”라는 깃발을 들고 손을 흔들며 울음을 터뜨렸다. 오는 9월14일 출간 예정인 회고록 <마지막 나침반>은 책이 나오기도 전에 인터넷도서판매 사이트인 아마존의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랐다.
케네디 의원에 대한 미국민들의 뜨거운 애정은 우선 ‘케네디’라는 비극적 이름에 대한 미국민들의 그리움과 애틋함 등에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케네디 의원에 대한 추모는 ‘케네디 왕조’의 마지막 1세대에 대한 예우를 훨씬 뛰어넘는다.
<타임>은 “68년 형 로버트가 대선 과정에서 암살당한 뒤, 케네디가의 책임이 갑자기 4형제(장남은 2차대전 중 사망) 중 막내였던 36살 에드워드의 어깨에 드리워졌다”며 “그 뒤 조카(비행기 사고로 숨진 케네디 전 대통령의 아들)를 묻으며 ‘은빛 머리칼을 빗질할 때까지 살아야 한다’고 되뇌었고, 결국 그는 두 형들이 못다한 것을 해냈다”고 보도했다.
케네디 의원은 47년간 의정 활동을 하며 300여개의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정열적으로 일했다. 공화당원들을 끝까지 설득했고, 죽음을 눈앞에 두고서도 의료보험 개혁안 통과를 위해 자신의 빈 자리를 채울 방안을 추진했다. 그리고 65년 중남미·아시아 출신에 대해 차별을 둔 이민쿼터를 바꿔버린 이민법안부터 노동조합법, 최근 의료보험 개혁안에 이르기까지 늘 ‘자유주의와 진보진영’의 수호자 역할을 맡았다. 미국민들이 그의 죽음을 더 애달파 하는 것은 경기침체의 늪에서 신음하는 와중에 큰형이나 삼촌같은 인물을 잃었다는 상실감이 더 크게 와닿는 탓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장례미사에서 조사를 통해 “케네디 의원은 가지지 못한 자들을 위한 챔피언이었으며, 병들고 가난하고 탄압받는 사람들을 위해 싸운 전사”라고 말한 것에서도 잘 알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인간적 약점이 많았고, 개인적 삶은 불우했다. 두 형의 암살 외에도 조카의 사고사, 두 자녀의 암투병, 본인의 알콜중독, 1969년 의문의 교통사고, 이혼, 비행기 사고, 이로 인해 얻은 척추질환, 10여년 전 스캔들로 인한 대선 중도하차, 그리고 마지막 뇌종양까지. 고통으로 점철된 삶과 많은 약점들은 그를 더 친근하게 만든 요인이기도 하다.
케네디 의원의 주검은 29일 오후 워싱턴 인근 알링턴 국립묘지에 있는 형 존 에프 케네디 전 대통령과 로버트 케네디 전 법무장관 곁에 안장됐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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