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MD전략 수정
[미국 ‘동유럽 MD’ 철회 이후] 방위체계 어떻게 바뀌나
동유럽 기지 대신 유럽해역 이지스함 배치
러시아와 긴밀한 군사협력 가능성 높아져
동유럽 기지 대신 유럽해역 이지스함 배치
러시아와 긴밀한 군사협력 가능성 높아져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17일(현지시각) 동유럽 미사일방어(MD) 구축 계획을 철회한 이유로 이란의 미사일 능력에 대한 재평가를 들었다. 부시 행정부 당시 구상된 동유럽 미사일방어 계획은 이란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방어가 목적이었지만, 장거리 미사일보다도 이란의 중·단거리 미사일이 더욱 위협적 요인이라는 판단이 내려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방어 체계도 바뀌어야 하기 때문에, 애초 폴란드에 요격미사일 10기를 배치하고, 체코에 레이더 기지를 설치하려는 계획을 철회하는 대신, 당장은 유럽 해역에 미사일 요격기능을 갖춘 이지스함을 배치하고, 2015년께 고성능 지상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게 대안이다. 지상방어 체계를 대체할 이지스함은 일단 이란에 근접한 지중해 해역에 배치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견된다. 지대공 미사일 방어 시스템이 구축될 지상방어 체계는 폴란드와 체코가 아닌 다른 지역이 될 가능성이 높다. <비비시>(BBC) 방송은 이와 관련해 “오바마 행정부가 단거리 미사일 방어를 선호하는 한편, 확실한 정보가 없는 한 이란 핵시설을 공격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이제 전방위 미사일방어(MD) 전략에서 이스라엘과 애로우 미사일 개발 협력, 일본 근해 이지스함 배치 등 지역 중심의 단거리 방위로 강조점을 옮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폴란드, 체코를 대신할 지역으로는 이란에 좀더 가까운 발칸반도 또는 터키가 거론되기도 한다. 스탠퍼드 대학의 물리학자인 딘 윌케닝은 올해 조사를 바탕으로 “폴란드와 체코는 이란의 위협에 대비한 미사일 방어체계 구축에 효과적인 장소가 아니며, 대신 발칸 또는 터키에 미사일과 레이다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더 최선의 방안”이라고 말한 바 있으며, 오바마 행정부가 이 의견에 귀기울여 왔다고 <뉴욕타임스>가 이날 보도했다. 때문에 미 국방부 산하 국방안보협력국(DSCA)이 지난 11일 터키에 지대공 요격 미사일인 패트리어트(PAC-3) 72기와 관련 부품 78억달러어치 판매 계획을 밝힌 것이 이와 관련된 게 아닌가 하는 추정도 일고 있다. 또 폴란드와 체코에 미사일방어 기지가 세워지는 것을 꺼려왔던 러시아가 이번 동유럽 미사일방어 계획 철회를 크게 환영하고 나오면서 향후 미국과 러시아와의 군사분야 협력이 더욱 긴밀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러시아가 이란의 핵개발 프로그램에 훨씬 강경한 태도를 취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콘스탄틴 코사체프 외교위원장은 “오바마 행정부가 드디어 우리를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그러나 폴란드를 달래기 위해 폴란드에 미사일 요격이 가능한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배치하겠다는 계획도 검토중이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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