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치 새 바람 몰고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올해 2월 취임 이후 다자 외교 활성화와 핵 군축 노력 등으로 국제정치 무대에 새로운 분위기를 조성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4월 초 유럽 순방 중 체코 프라하에서 전격적으로 ‘핵 없는 세상’을 역설하며 지구적 차원의 핵무기 감축 의지를 밝혔다. 이런 다짐은 올해 12월 만료되는 미국과 러시아의 제1차 전략핵무기감축협정의 후속협정을 위한 협상 재개로 이어졌다. 지난달에는 러시아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던 동유럽 미사일방어(MD) 계획을 철회했다. 러시아는 발트해 미사일 배치계획 철회로 화답했다.
지난달 24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특별정상회의가 핵확산금지조약(NPT) 강화와 이를 위한 유엔 회원국의 노력을 촉구하는 결의안 1887호를 채택한 것도 사실상 오바마의 주도로 이뤄졌다.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이번 회의에서 채택된 결의안은 미국이 제시한 초안을 기초로 작성됐다.
이슬람 세계와의 화해와 중동 평화를 위한 오바마의 접근 방식도 이전과 뚜렷이 구별된다. 오바마는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해 7월 중동을 순방한 데 이어, 취임 이후에도 아랍 이슬람권에 거듭 ‘화해와 존중’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지난 1월 대통령 취임식 연설에서 “무슬림 지도자들이 움켜쥔 주먹을 편다면 우리는 그들에게 손을 내밀 것”이라고 밝혔고, 취임 뒤 첫 텔레비전 인터뷰도 아랍 위성방송 <알아라비야>와 하면서 “미국인은 무슬림의 적이 아니다”라고 선언했다. 지난 6월 중동 순방 중 이집트 카이로에서 전세계 아랍인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선 “의심과 불화의 반복을 끝내자”며 ‘새로운 출발’을 제안했다.
오바마는 지난해말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침공 이후 더욱 험난해진 중동 평화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노력에도 힘을 기울여왔다. 특히 이스라엘에 ‘정착촌 건설 전면 중단’과 ‘즉각적인 협상 복귀’를 압박하고 이스라엘이 이에 반발하면서, 핵심 동맹인 양국 관계에 균열이 생기는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낳았다.
노벨위원회는 시상 이유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노력으로) 유엔과 국제기구의 역할을 강조하는 다자외교가 중심 지위를 되찾았으며, 가장 힘겨운 국제분쟁에서조차 대화와 협상이 선호되고 있다”며 “핵무기 없는 세상에 대한 그의 비전은 군축과 무기통제 협상에 큰 자극이 됐다”고 평가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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