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케리 미국 상원의원이 18일 아프가니스탄 남부 헬만드주 가름시르에 있는 미군 기지를 방문해 병사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가름시르/AP 연합뉴스
아프간 파병에 신중…한반도 문제서도 영향력
은퇴 고민 중 케네디에 조언 듣고 마음 다잡아
* 케리 : 미 상원 외교위원장
은퇴 고민 중 케네디에 조언 듣고 마음 다잡아
* 케리 : 미 상원 외교위원장
존 케리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이 에드워드 케네디 전 상원의원을 계승해 제2의 ‘상원의 사자’가 될 것인가? 요즘 미국 의회에서 케리 의원의 존재는 독보적이다. 그가 상원 외교위원장으로서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추가 병력 파병에 신중한 입장을 나타내자, 추가 파병이 확정될 것 같던 분위기가 금세 주춤해졌다. 케리 위원장은 ‘조언자’에 국한되지 않고, 아프가니스탄 문제 해결을 위해 파키스탄에 대한 비군사적 지원금을 늘리는 법안을 만들고, 이를 거부하는 파키스탄을 설득하기 위해 파키스탄 외무장관과 면담을 갖는 등 ‘행동자’ 역할도 하고 있다. 북한 문제에서도 지난달 백낙청 교수, 박원순 변호사 등 한국의 시민단체 지도자들을 초청해 한반도평화포럼을 열고 “적극 외교를 펼 것”을 주장했으며, 북한으로부터 방북 초청을 받는 등 한반도 문제에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내치에서도 그는 의료보험 개혁안 연내 통과를 위해 상원을 설득하고, 온실가스 감축 법안인 ‘케리-복서 법안’을 발의하는 등 전천후 해결사로 나서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케리 의원을 ‘미 상원의 새 기둥’이라고 표현했다. 그의 최근 행보는 여러 면에서 고 에드워드 케네디를 연상시킨다. 진보 이념과 자유주의 정신의 확산, 약자를 위한 끊임없는 법안 발의, 초당파적 설득, 민주당 행정부의 버팀목 등. 몇 년 전만 해도 케리는 2004년 대선 패배로 사실상 정치생명이 끝난 인물이었다. 그는 대선 패배 뒤 한때 정계은퇴를 고민한 바 있다. 그러던 그는 지난해 8월 뇌종양 투병중이던 에드워드 케네디의 조언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케네디는 11살 아래 고향(매사추세츠) 후배에게 1980년 경선 패배로 대통령의 꿈은 못 이뤘으나, 상원에서 더 오랜 기간 나라를 위해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던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자신에게 도전하라”고 충고했다. 케네디는 구체적으로 중요한 위원장 자리를 가져야 한다는 점도 조언했다. 몇 달 뒤, 케리는 부통령이 된 조 바이든으로부터 외교위원장 자리를 물려받았고 ‘제2의 전성시대’가 시작됐다. 케리는 <로이터> 통신을 통해 “나는 케네디의 상담과 충고를 새겨들었을 뿐 아니라, 그를 지켜보며 많은 걸 배웠다”고 말했다. 케리는 케네디처럼 서서히 초당파적인 영향력을 얻고 있다. 케리는 18일 아프가니스탄을 직접 방문해 미군 병사들을 격려하고, 지역 원로들에게 미국의 대 아프간 정책을 설명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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