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사상 최악 총기난사…13명 사망
텍사스 ‘포트 후드’ 기지
텍사스 ‘포트 후드’ 기지
원치 않은 이라크 파병을 앞둔 미국 군의관이 미군기지에서 총기를 난사해 13명이 숨지고 30명이 다쳤다.
5일 오후 1시30분께 미국 텍사스주 킬린에 있는 포트후드 미군기지의 신체검사 센터에 미 육군 소속의 정신과 군의관인 니달 말리크 하산(39) 소령이 들어와 갑자기 총기를 난사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파병 장병을 선발하던 신체검사 현장은 순식간에 비명과 총성, 핏자국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하산 소령은 경찰의 총에 맞아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날 저녁 안정을 되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특공대(SWAT)와 연방수사국(FBI)은 6일 오전 범행 동기와 배후를 추적할 만한 단서를 찾기 위해 하산이 사는 아파트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그러나 이웃의 한 주민은 “하산이 수일전 내게 자신의 파병 사실을 알리며 물건과 음식, 코란을 건네주고 집을 깨끗이 치웠다”고 말했다.
하산은 범행 당일 이른 아침에 킬린 인근의 한 편의점에 흰색의 전통 아랍식 복장을 하고 들어와 감자튀김과 커피를 사는 모습이 편의점 감시카메라에 촬영됐다고 <시엔엔>(CNN)이 보도했다. 무슬림인 편의점 주인은 “하산이 거의 매일 가게를 들러 이야기를 나눴으며, 내게 무슬림들의 금요예배에 참석할 것인지를 묻곤 했다”고 말했다.
버지니아주로 이주해온 팔레스타인인 집안 태생인 하산은 버지니아 공대를 거쳐 미 국립 베데스다 의대에서 정신의학을 전공한 뒤 워싱턴에 있는 월터 리드 육군 병원에서 6년간 근무하다 지난 7월 포트후드로 배치됐다. 그는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돌아온 장병들의 정신적 충격을 치료하는 임무를 맡아왔다. 그는 그들이 겪은 끔찍한 참상을 보고 들으면서 전쟁에 대한 거부감이 커졌으며, 최근에는 오는 28일 이라크 파병 명령을 받은 이후 심각한 불안증세를 보였다. 그의 숙모인 노엘 하산은 <워싱턴 포스트>에 “그는 독실한 무슬림이었으며, 2001년 9·11 테러 이후 신앙심에 혼란을 겪어왔다”며 “군에서 나오고 싶어 했지만 군 당국은 전역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의 동료였던 테리 리 대령은 (예비역)은 “하산이 무슬림들은 침략자들에 맞서 싸워야 하며, 미국은 애초에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전쟁을 벌이지 말았어야 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사건 발생 직후 보고를 받고 “군인을 전장에서 잃는 것도 괴로운데, 미국 내 기지에서 총격을 당했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라며, 정확한 진상규명을 지시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조일준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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