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여론악화 우려 언급 피해…오바마 방일 연기
미국 텍사스주 포트 후드 총기난사 사건은 아프가니스탄 파병 증원에 대한 여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용의자인 니달 말릭 하산(39) 육군 소령이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전쟁 참전에 따른 장병들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치료하기 위한 정신과 의사였다는 점이 더욱 주목받으면서, 미국민들이 ‘전쟁’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포트 후드 기지는 미 국방부가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전 참전 스트레스로 자살하는 미군이 급증하자 이를 예방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시범 실시해온 주요 기지 중 하나였다. 일반인들은 이번 사건을 통해, 파병을 앞두거나 전쟁지역에 파견됐다가 돌아온 군인들이 얼마나 심한 정신적 상처를 입게 됐는지를 좀더 구체적으로 인식하게 됐다. 팔레스타인 이주민 집안 출신으로 독실한 무슬림인 하산 소령은 특히 이라크로 파병돼 동족과 전쟁을 하는 데 대해 엄청난 심적 부담감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스챤 사이언스 모니터>는 7일 “참전군인들의 35%가 외상후 스트레스 또는 전쟁으로 인한 정신적 문제를 겪는다”고 보도했다. 이런 외상후 스트레스가 심하면, 자살 또는 부대내 총기난사 등의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월 미군 조사에서는 지난해 병사들의 자살률이 급증해 최근 4년간 최고조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 타임스>는 “지난해 미군 군인들 중에서 128명이 자살했고, 이는 베트남전 이후 처음으로 민간인 자살률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베트남 전쟁중 미군 부대에선 고의적인 수류탄 투척으로 동료를 살해하는 사건이 자주 일어났는데, 지난 1969~71년에는 600여건의 수류탄 투척 사건이 벌어져 82명의 미군이 숨지고 651명이 다쳤다.
백악관은 아프간 병력 증파 결정을 바로 앞에 두고 이런 사건이 벌어지자, 파병에 대한 여론악화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아프간 파병 증원’에 대한 언급을 최대한 피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는 10일 포트 후드에서 열리는 희생자들의 추도식에 참석하기 위해 12~13일로 예정됐던 일본 방문 일정을 하루 연기했다.
거꾸로 이슬람인들에 대한 보복 테러 불안감도 높아가고 있다. 미국내 주요 이슬람 단체와 사원들은 즉각 하산 소령의 범죄가 이슬람 교리에 반한다는 비난 성명을 내고, 교인들에게 불필요한 외출을 삼가라고 당부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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