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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탈레반 잡으려다 부메랑 될라

등록 2009-11-22 21:01수정 2009-11-22 22:29

미, 아프간에 민병대 육성 계획
자체치안 강화등 노려…내전 구조화 씨앗 될 우려
후세인 지지세력·무자헤딘 지원했다 ‘곤욕 전례’
아프가니스탄 종전을 위한 야심 찬 계획인가, 내전을 구조화할 수 있는 위험한 시도인가.

미국과 아프간 정부가 아프간 각지에 자체 무장을 갖춘 반탈레반 민병대를 창설하거나 자생적 민병대를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22일 보도했다. ‘공동체 방어방안’(CDI)으로 명명된 이 계획은 아프간 현지에서 탈레반 퇴치 병력을 보충하고 아프간 군경의 자체 치안능력 강화를 위한 시간도 벌겠다는 복안이다. 또 아프간 지역사회에 대한 탈레반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겠다는 기대도 깔려 있다. 이를 위해 수천명 규모의 민병대를 창설하고, 이미 활동중인 수백명의 민병대원도 활용할 계획이다. 아프간 주둔 미군의 한 고위관리는 “이런 구상은 아프간 주민들이 자신들의 안보에 대한 책임감을 갖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자칫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민병대 조직끼리 반목하거나, 심지어 총구를 미군과 아프간 정부로 돌릴 수도 있다. 민병대의 효용이 다한 뒤에 이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이냐도 큰 문젯거리다. <뉴욕 타임스>도 “이런 시도가 탈레반과의 싸움에서 주도권을 회복하려는 가장 야심찬 계획 중 하나이자 가장 위험한 것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민병대 육성은 종족과 파벌 분쟁이 심한 아프간에 내전을 구조화하는 씨앗이 될 우려가 있다.

강대국의 침략전쟁 역사에서 민병대 활용은 해당지역의 군벌을 양산하거나 자신에게 향하는 ‘부메랑’이 되는 경우가 적잖았다. 미국은 이라크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던 2007년, 사담 후세인의 지지세력인 이슬람 수니파의 준군사조직을 매수해, 오히려 알카에다에 맞서는 민병대로 활용해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미국의 이라크 철군이 본격화하자 이들 민병대의 상당수는 곧바로 반란 조짐을 보였고, 이라크의 종파간 권력다툼은 더욱 격화됐다. 그나마 이런 ‘절반의 성공’ 사례도 드문 편이다.

미국은 1980년대 소련의 아프간 점령을 막기 위해 이슬람무장조직 무자헤딘을 지원했으나, 2001년에는 그 결과로 집권한 탈레반 정권을 몰아내기 위해 아프간을 침공했다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2001년 9·11 테러를 기획한 오사마 빈 라덴도 한때 미국이 지원한 무자헤딘의 일원이었다.

앞서 소련 역시 1978년 들어선 아프간의 사회주의 정권이 보수적 이슬람세력의 반발로 붕괴 위기에 놓이자, 이듬해 아프간을 침공해 이슬람사회주의 세력을 주축으로 한 민병대까지 만들었으나, 10년 만에 패퇴하고 말았다.

아프간의 하니프 아트마르 내무장관은 “우리가 말하는 민병대는 지역에 국한된 자발적이고 토착적인 반탈레반 움직임”이라며, 민병대 세력의 확대 우려를 일축했다. 그러나 민병대 활용에 대한 미국과 아프간의 생각엔 미묘한 차이가 감지된다. 미군은 소규모 민병대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아프간 정부는 파슈툰족 온건파뿐 아니라 우즈베크족까지 포함한 다수의 대규모 민병대를 병력 충원의 통로로 삼으려 하고 있다. 아프간 미군의 크리스토퍼 코렌다 대령은 “(민병대엔) 이미 자체 무장을 갖춘 그룹들을 활용하려 하고 있다”며 “민병대 조직 지역을 늘리는 것은 장기적으로 불안정하다”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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