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의 와르다크주 마이단 샤르 근처에서 지난 30일 오토바이 한대가 미군부대의 긴 행렬 옆을 지나 달리고 있다. 와르다크/AP 연합뉴스
2017~18년 철수계획
동맹국 협조 미온적
동맹국 협조 미온적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장고 끝에 ‘아프가니스탄 미군 증파’ 결정을 내렸다.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각) 아프간 주둔 미군 증강과 출구전략 등 새 아프간 전략을 최종 결정해 군 수뇌부와 안보담당 참모들에게 공식 통보하고 이를 추진하도록 지시했다고 30일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이날 오전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에게 차례로 전화를 걸어 협조를 부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일 저녁(한국시각 2일 오전) 미국 육군사관학교에서 대국민 연설 형태로 아프간 미군 증파 규모와 출구전략을 밝힐 예정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연설에서 내년부터 미군 2개 여단, 3만4000여명을 증강하겠다는 선언과 함께 아프간 보안군을 훈련시켜 그들이 반군과 전쟁을 수행할 것이라는 점, 그리고 2017~18년 아프간 주둔 미군의 철수라는 ‘출구전략’을 함께 밝힐 것으로 보인다. 아프간 증파에 대한 국내의 반대 여론을 무마하기 위함이다.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은 “아프간 보안군에 대한 훈련이 새롭게 강조될 것”이라며 “우리는 그곳(아프간)에 영원히 주둔하려고 하지도 않고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바마의 결단이 미처 발표되기도 전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선 국내 여론이 ‘출구전략’ 한마디에 쉽게 돌아설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또 가뜩이나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미국 행정부가 늘어나는 군비를 어떻게 감당할지도 우려된다. 증파 인원을 합하면, 아프간 주둔 미군은 6만8000명에서 10만명 이상으로 늘어난다. 미군은 지금도 매달 36억달러의 전비를 아프간에 쏟아붓고 있다. 백악관은 3만명이 증파되면, 해마다 300억달러의 비용이 더 들어갈 것으로 추산했지만, 정확한 액수는 알 수 없다. 이 때문에 세금 인상에 대한 우려가 확산될 조짐을 보여 국내 여론은 더욱 나빠질 수 있다.
국외적으로 동맹국들의 협조도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들에 1만명 정도의 증파를 요청했으나, 5000명에도 못 미칠 것이라고 <뉴욕 타임스>는 보도했다. 프랑스와 오스트레일리아는 이날 “추가 병력 파견 계획은 없다”고 미리 못을 박았다.
아프간 내부 반응도 우호적이지 않다. 오바마의 전략은 미군 병력을 서서히 줄여 최종적으론 지역 치안을 아프간 보안군에 넘기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프간 군대는 경험이 부족하고, 아프간 경찰은 무능한데다 부패했다. 이런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는 알 수 없다. 또 아프간 주민들은 미군 증파로 탈레반과의 전투가 치열해져 민간인 피해가 더 늘어날 것을 걱정하고 있다. 탈레반 핵심 지역인 파슈툰 남쪽과 동쪽 부족장들은 “더 많은 군대가 문제를 해결하리라 보지 않는다”고 입을 모으면서, “사람들이 미군을 점령군으로 보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의도가 있긴 하지만,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의 핵심 정책보좌관들도 “우리는 군대를 더 보내기보단 아프간 보안군 구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증파’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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