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원 의료보험 개혁안 비교
상원 통과…하원안과 통합 남겨나
오바마 “역사적 표결” 의회에 찬사
오바마 “역사적 표결” 의회에 찬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정치적 사활을 걸고 야심 차게 밀어붙인 의료보험 개혁안이 두 개의 큰 산을 넘어 이제 마지막 산 하나만 남겨놓았다.
미국 상원은 크리스마스 전날인 24일 아침 7시(한국시각 24일 밤 9시)에 본회의를 열고 의료보험 개혁 상원 단일안을 60 대 39로 통과시켰다. 상원 단일안이 통과된 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는 미국인들의 안정과 안전을 가져다줄 진정한 의료보험 개혁에 다가섰다”며 “이는 1930년대 사회보장법 제정 이후 가장 중요한 사회적 입법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의보 개혁을 필생의 과제로 여겼지만 지난 8월 숨진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의 부인 비키는“오늘 아침의 일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의보 개혁안은 하원안(11월7일)과 상원안(12월24일)이 각각 상·하원을 통과해, 이제 상·하원 통합 법안 마련 및 상·하원 본회의를 각각 통과하면 사실상 모든 절차가 끝난다. 법안은 내년 초 오바마 대통령이 최종 서명하면 발효된다.
상원과 하원의 법안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상원안이 하원안에 비해 좀더 보수적이고, 오바마의 애초 구상보단 좀더 후퇴한 안이라는 건 분명하다. 요약하면, 상원안은 하원안에 비해 의료보험 의무가입 대상을 500만명 줄이는 대신 납세자와 정부 재정 부담을 조금씩 줄이도록 한 것이다. 상·하원이 통합 법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줄다리기를 통한 타협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또 공공보험 적용 여부와 낙태 문제 등이 이슈로 재등장할 가능성도 높다. 오바마 대통령은 23일 <엔피아르>(NPR)와의 인터뷰에서 “상원의 핵심안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이른바 ‘캐딜락 보험’으로 일컬어지는, 가구당 의료보험료 2만3000달러 이상의 고소득자들에게 중과세를 물려 세원을 충당하는 안에 대해 강한 지지 의사를 나타냈다. 그는 상·하원 협의와 관련해 “상·하원 법안은 95% 일치한다. 그러나 약 5%가 터프한 협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안이 상원에서 통과된 뒤 존 베이너 공화당 의원은 “스크루지라도 민주당 정부의 의료보험 법안처럼 탐욕스러운 계획을 세우지 못했을 것”이라며 “이번에 통과된 안대로라면 경기침체 와중에 세금은 오르고 메디케어(노인 무상보험)는 삭감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공화당은 의보 개혁안의 상·하원 단일안 조정 과정에서 민주당과 마지막 결전을 벌이기 위해 진용을 갖추는 한편, 장외 여론전에도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상·하원에서 소수당인 공화당은 의석수에서 밀려 어차피 의회 싸움에서 이기긴 쉽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여론전을 펼쳐 민주당 중도파를 압박하는 한편, 설령 의보 개혁안이 통과되더라도 여론에서 승기를 잡아 중간선거에서 승리하겠다는 정치적 계산을 깔고 있다.
오바마의 의료 개혁안이 조금씩 뒤로 물러서면서,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고소득층은 물론 메디케어 축소, 공공보험 삭제, 낙태 비용 지원 금지 등으로 노년층, 진보 진영, 여성 등 여러 곳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가능성도 높다. 최종적으로 의료보험 개혁안이 통과되는 것은 시간문제처럼 비치기도 하지만, 아직도 남은 길이 순탄치만은 않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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