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에다 자처 나이지리아인, 테러 기도…
미국·유럽 보안검색 대폭 강화…제 2의 9·11
미국·유럽 보안검색 대폭 강화…제 2의 9·11
크리스마스에 일어난 미국 여객기 테러 기도로 미국 전역에 다시 테러 공포가 번져가고 있다.
승객 278명과 승무원 11명을 태운 미국 노스웨스트항공의 에어버스 330 여객기가 25일 정오께(현지시각) 디트로이트 공항에 착륙하기 직전, 기내에서 알카에다 조직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폭탄테러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용의자는 나이지리아 국적의 우마르 파루크 압둘무탈라브(23)로, 케이엘엠(KLM) 항공편으로 나이지리아 라고스를 떠나 암스테르담에 도착한 뒤 노스웨스트항공 여객기로 갈아타 테러를 기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압둘무탈라브는 예멘에서 알카에다로부터 폭발물 사용 시기와 기폭 방법 등에 대해 한 달가량 훈련을 받고, 폭발물을 입수해 이날 테러를 계획하고 비행기에 올라탔다. 그러나 기내에 폭발음과 함께 화염이 일자 승무원과 승객이 용의자를 제압해 테러는 실패로 돌아갔다.
‘제2의 9·11 사건’이 될 뻔했던 소식에, 미국 전역은 8년 전의 악몽을 떠올리며 또다시 알카에다 테러 공포에 휩싸였다. 이번 사건은 미국의 알카에다 소탕작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알카에다가 위협적인 존재임을 확인시켜줬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특히 일각에서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아프가니스탄 미군 증파 등 새로운 아프간 전략에 맞서 미국을 겨냥한 테러 시도가 잦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구멍 뚫린 보안 문제점도 또다시 제기됐다. 압둘무탈라브는 그의 아버지가 아들의 극단적인 종교 성향이 우려된다며, 나이지리아의 미국대사관에 신고해 지난달 미국 국가대테러센터의 데이터베이스에 테러조직 연계 의심 인물로 올랐다. 그러나 항공기 탑승 금지자나 요주의 인물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아 항공기 탑승 전에 별도의 정밀 보안검색을 받지 않았다. 또 미국에 견줘 보안검색이 상대적으로 허술한 네덜란드에서 액체를 싣고 비행기에 타 테러 직전 상황까지 갈 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하원 국토안보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피터 킹 의원도 <시엔엔>(CNN) 인터뷰에서 “보안검색을 철저히 했으면 용의자의 탑승을 막을 수 있었다”며 “보안에 구멍이 뚫린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백악관은 이 사건이 테러 시도임을 확인한 뒤, 곧바로 하와이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연락했고, 오바마 대통령은 항공기 보안검색 강화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6일부터 미국 전역은 물론 유럽에서도 공항의 보안검색이 대폭 강화됐다.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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